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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서부터 노화의 길을 걷는다. 노화란 결국 삶의 여정에서 죽음으로 가는 필수 단계인 셈이다. 워싱턴 대학 영문과 교수인 David Shields가 쓴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원제는 The thing about life is that one day you'll be dead』는 이러한 노화의 과정을 통해 죽음으로 가는 인간의 삶을 유머 넘치는 문체로 풀어낸 책이다. 특히 1910년생인 저자의 아버지(이 책은 미국에서 2008년에 출판되었고 그 때까지 저자의 아버지는 생존해 있었다)에 대한 묘사는 웃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그런데 저자가 보기에 주책이라고 할 정도로 생명력이 왕성한 아버지의 행동들이 너무도 인간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어쩐 일일까? 말하자면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지켜 본 아버지의 노화과정이 곧 이 책의 주제인 셈인데,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이 이토록 재기발랄할 수도 있다니. 제 1장의「태어난 순간 죽음은 시작된다」부터 제 4장의 「인생에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언젠가 우리가 죽는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관통하는 한 가지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살자는 것이다. 나이 들어갊은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고, 노화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암이나 심장질환, 호흡기 관련 질환 등 각종 성인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해도, 저자의 아버지처럼 계속 운동하고 지적인 호기심을 가지거나 성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는 등의 생활을 통해 살아 있을 때의 기쁨을 최대한 누리라는 말이다. 죽음은 만인에게 평등한 것이고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확실히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으니, 비록 내일 죽는다 해도 오늘은 살아서 호흡하고 삶을 만끽하라. 그 대신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라. 나의 실존도 내 육체의 죽음과 더불어 멈추는 것이니, 그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 세상을 떠나는 날 후회하지 않도록. 이 책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용한 죽음에 대한 단상들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 “무덤 파는 사람이 된다는 게 처음에는 영 내키지 않았어요. 날마다 보는 게 애달파 하는 가족들뿐이죠. 관을 나를 때는 그 안에 누가 누웠을까 상상하게 돼요. 제일 마음이 뭉클한 것은 어린애들이 죽었을 때죠. 아이들은 순수하니까 관이 흰색이고, 관 크기도 1미터쯤 될까, 작지요. 그 애들은 뭘 경험할 틈도 없었잖아요. 뭔가 도둑맞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 작고 하얀 관을 볼 때면 우리 인생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가 뼈저리게 느껴요.”(p.315) 누구에겐들 그렇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