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의 눈물 - 조선의 만시 이야기
전송열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挽詩란 무엇일까? 한자 뜻 그대로 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해 지은 시를 말한다. 만시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아내를 위한 悼亡詩, 친구를 위한 悼朋詩, 먼저 간 자식을 위한 哭子詩 등, 산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난 지인들과 친척 등에게 바치는 아쉬움과 존경심, 그리움, 혼자 남은 자신에 대한 위로 등을 담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학의 한 갈래다. 『옛 사람들의 눈물: 조선의 만시 이야기』는 五言絶句나 七言律詩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그럼으로써 삶과 죽음의 虛虛로운 순간을 붙들고 싶은 정서의 카타르시스를 표현한 조선의 漢詩들을 모은 책이다. 특이한 점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되는 조선시대의 양반이나 사대부들이 아내의 죽음에 대해 드러낸 감정의 진폭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이다. 추사 김정희가 쓴 만시를 읽어 보자.

 

뉘라서 월모에게 하소연하여                那將月姥訟冥司

서로가 내세에 바꿔 태어나                  來世夫妻易地爲

천 리에 나 죽고 그대 살아서                我死君生天里外

이 마음 이 설움 알게 했으면                使君知我此心悲

―「유배지에서 아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만시를 짓다 配所挽妻喪」(p.105)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타인의 경험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배우자의 때 이른 죽음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 사람들로부터의 그 어떤 위로나 공감도 슬픔을 극복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아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찍 세상을 등졌는지 생각해보면서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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