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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 다치바나 다카시의 암과 생명에 관한 지적 탐구
다치바나 다카시.NHK스페셜 취재팀 지음, 이규원 옮김, 명승권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암에 관해 꽤 많은 책을 읽어 왔지만, 다치바나 다카시의 이 책은 암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도록 하여 암이 고등동물의 숙명이며 장수의 필연적인 귀결임을 담담히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암투병및 수기류와는 구별된다. 저자 자신도 2007년에 방광암 수술을 받았고, 그 이후 세계적인 암연구소와 연구자들을 찾아 다니며 최신 암이론과 치료 등에 대한 방대한 취재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암이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몸 속의 60조 개에 이르는 세포가 복제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들이 몸 속에 쌓여 생기는 것이며,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통계적으로 2명에 1명은 암에 걸리고 3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하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암 퇴치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투입되는 노력에 비해 우리가 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부분은 그야말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항암제가 본래는 독가스에서 파생된 독극물이라든가, 암세포가 생존을 위해 몸 속에서 벌이는 가공할 전략 등에 이르기까지,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일반인들 모두 암에 대한 상식을 재점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일까, 저자는 知의 거장답게 자신의 육체를 매개로 전 수술과정을 모니터로 지켜보며 집도의와 대화도 나눈다. 자신의 병을 객관화하여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저자의 思考는 종국엔 암이 재발했을 경우에 항암제를 투여하지 않고 오로지 맑은 정신으로 지적인 일상생활을 계속하다가 죽고 싶다는 소망에 이른다. 아마 내 몸 속에서도 세포 복제과정에서 많은 오류들이 축적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도 예외없이 암에 걸릴 수 있고 수술과 항암제 등에 대해 심정적인 갈등을 겪을 것이며 그렇게 연명하다가 세상을 떠날 것이다. 일단 암선고를 받으면 그 암으로 인해 죽을 확율은 100%다. 저자도 이것만은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항암제를 통한 단순 연명보다 삶의 질을 더욱 중요시하는 저자에게 공감한다. 가까운 사람들을 암으로 떠나보낸 몇 년간, 나는 되도록 암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는다 해서 암이 나와는 멀리 있는 것이 될 수 없듯, 오히려 늘 암에 대해 알고자 애쓰고 최신 치료법이나 항암제 등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죽기 직전까지 맑은 정신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