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 나이키, 지구 자본주의
월터 레이피버 지음, 이정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어제 대학 강의 가는 길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마이클 조던, 나이키, 지구 자본주의>를 다 읽었다. 2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 내용을 알고 나니 결코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표제처럼 마이클 조던이라는 농구선수가 나이키를 등에 업고 전지구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이유를, 정보와 자본의 무한 흐름을 선취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마이클 조던이 만들어낸 풍요와 성공의 이미지에다 그가 광고하는 나이키 신발 및 의류, 그리고 통신의 발달로 인해 가능해진 전지구적인 관련 상품 광고가 결합하여 그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나이키가 추구했던 경영방식이다. 아시아의 개발도상국가에서 값싼 임금과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강제하여 만들어낸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는,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어린 소녀들에게 시간당 15센트의 임금으로 하루 11시간에 걸친 노동력을 투입하면 5달러 60센트에 만들어 지는데, 이것이 서구에서 70달러 이상에 팔린다. 마이클 조던에게 돌아가는 천문학적인 돈은 결국 아시아 소녀들의 임금과 노동시간 착취의 결과물이며, 이에 대해 마이클 조던은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자본과 국제 금융권력, 그리고 스포츠 브랜드 이미지는 그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나 노동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 따위에는 단 한 번도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오로지 더욱 싸게, 더욱 빨리 상품을 만들고 거액을 들여 광고를 찍고 스포츠 스타를 내세워 비싼 값에 팔기만을 원할 뿐이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강조하며 너무도 급변하는 시대에, 현란한 광고와 브랜드로 육박해오는 국제 자본의 맹공 앞에서 누군들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너무도 쉽게 10만원이 넘는 나이키 신발을 구매하는지(대부분 부모님의 돈으로)에 놀라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선택이 지구화라는 허울을 얼마나 더 견고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단 한 명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에 지독한 실망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20대 80, 또는 88만원 세대 등의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현 시점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한번 쯤 돌아볼 일이다. 브랜드와 상품이 지위상징이 되어버린 현시대에,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