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하는생활

어쩜 이런 물건이 이 가격이지? 싶은 천 원 숍들 덕분에 물건을 사는 일이 버리는 일보다 쉬워진 요즘, 이 책은 이미 가진 물건을 오래도록 사용하는 일의 매력을 알려주었다.

물건을 오래 쓰고, 고장이 나면 고쳐서 다시 쓰기까지는 우리의 마음이 더 많이 들어간다.
그것은 단순히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 물건에 깃든 시간과 그것을 사용해 온 나의 흔적까지 소중히 여기는 일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여섯 살 때부터 사용해 온 플라스틱 빗이 떠올라 꺼내 보았다.

이제 나만큼 나이를 먹은 이 녀석도 어린 시절의 나, 젊은 시절의 나, 그리고 중년이 된 지금까지 내 머리를 빗겨주었다. 푸석해지는 머릿결과 점점 줄어드는 머리숱의 변화까지 녀석이 지켜보았겠구나 싶으니 웃음이 절로 났다.

나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함께 나이 들어가는 물건을 바라보다 보니, 그 어떤 빗보다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더 많이 소유하려 하기보다 이미 내가 가진 것들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삶. 물건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배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