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릿 트레인 - 영화 원작소설 무비 에디션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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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유이치는 백화점 옥상에서 자신의 아들 와타루를 밀어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 중학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신칸센에 올라탔다. 소음기를 장착한 22구경을 종이봉투에 담아 그 중학생, 일명 왕자를 찾아 헤매던 기무라는 마침내 소년과 마주한다. 하지만 왕자가 들이민 전기 충격기로 인해 기무라는 기절했고, 깨어나 보니 손발이 묶여 있었다.
중학생인 오우지 사토시, 일명 왕자는 똑똑한 두뇌와 순진무구한 외모를 이용해 모든 사람들을 조종하는 걸 즐긴다. 학교 아이들부터 시작해 선생님까지 왕자의 보이지 않는 손에 움직이게 만들었고, 지금은 신칸센에서 인질로 잡혀 있는 알코올 중독자 아저씨 기무라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한다. 기무라가 자신의 뜻을 거스르면 병원에 있는 아들이 위험하다고 명백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쌍둥이 킬러라고 불리지만 진짜 쌍둥이는 아닌 밀감과 레몬은 미네기시의 의뢰를 받아 납치된 미네기시 도련님을 구출하고, 몸값이 담긴 트렁크도 가지고 신칸센에 올라탔다. 평화롭게 좌석에 앉아 가고 있던 중에 밀감은 트렁크가 보이지 않아 레몬에게 물으니, 열차 내 짐 보관소에 뒀다는 대답이 돌아와 찾으러 나섰다. 그럴 리 없을 거라 여겼지만 트렁크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고, 레몬 또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미네기시 도련님이 죽어 있었다.

무당벌레라는 닉네임을 가진 나나오는 마리아에게서 신칸센에 올라 트렁크를 가지고 내리라는 임무를 하달 받았다. 누군가를 처리하는 킬러라는 직업과는 달리 너무나 쉽고 간단한 업무인데도 나나오는 벌써부터 두려움에 휩싸인다. 왜냐하면 그는 불행의 여신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할 정도로 재수가 없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가는 신칸센 열차는 너무나 평범하게만 보였다. 여느 열차가 그러하듯 평범한 사람들이 역마다 타고 내렸고, 열차에서 일하는 승무원들도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표면상으로만 그랬던 것이었다.
신칸센에 탄 사람들 중 평범함을 가장한 킬러가 여럿 있었다. 쌍둥이 킬러라고 불리는 레몬과 밀감이 있었고, 불운의 아이콘인 나나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과거에는 청부 살인을 했었지만 지금은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기무라도 그 신칸센에 타고 있었다. 주요 등장인물 중 가장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은 왕자라고 불리는 중학생 소년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이 왕자 녀석의 정신 상태가 제일 문제였다. 사이코패스 같은 왕자 때문에 여러 사달이 일어났으니 말이다.

과일 듀오는 업계에서 무서운 사람이라고 소문난 미네기시의 납치된 외아들을 구출하고, 몸값으로 지불한 돈이 담긴 트렁크까지 회수해 오라는 업무를 맡았다. 두 사람은 워낙 일을 잘해서 임무를 처리하고 신칸센에 성공적으로 올라탔지만, 트렁크를 잃어버린 것으로도 모자라 미네기시 도련님까지 갑자기 죽어버려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미네기시가 알면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트렁크를 찾아 헤매는 한편으로, 도련님을 죽인 범인을 만들어내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 누군가에게 누명을 씌울 작정이었다.
그리고 이런 누명을 쓰게 된 이가 있었으니 불운의 아이콘인 나나오였다. 나나오는 트렁크를 훔쳐 신칸센에서 내리면 되는 간단한 업무를 해내지 못하는 바람에 과일들의 표적이 되었다. 자신이 업계에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을 거라 예상했지만, 불행히도 과일들은 나나오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렁크를 둘러싸고 벌어진 불미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나나오와 과일 듀오는 한바탕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내 그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손을 맞잡아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애를 썼다.

나나오와 과일 킬러들과는 다르게 기무라는 오로지 아들의 복수를 위해 신칸센에 올라탔지만, 아직 중학생밖에 되지 않은 왕자에게 시작부터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다. 왕자의 나이가 어려서 기무라가 얕잡아 본 것일 터였다. 그리고 왕자는 자신이 똑똑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며 순진무구해 보이는 외모를 활용할 줄 알았기에 기무라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이 사이코패스 왕자와 기무라가 아들과 관련된 사건으로만 얽힌 게 아니었다는 걸 과거 회상을 통해 밝혀졌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여러 사건이 있었기에 운명처럼 엮이게 된 것처럼 보였다. 운명이기보다는 악연이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의 시점이 등장할 때마다 왕자가 얼마나 싫었는지 모른다. 고작 14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면서 세상과 사람에 대해 다 아는 척하며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기무라는 물론이고, 나중에 마주하게 된 나나오와 밀감, 레몬, 그리고 기무라의 부모까지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겉으로는 순진한 중학생인 척했다. 가증스럽고 교활해서 너무 싫었다. 이 녀석 때문에 킬러들의 상황이 나쁜 쪽으로만 향해 갔기 때문에 더 밉기도 했다.

신칸센에 올라탄 킬러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촘촘하게 짜여 빠르게 달려나가고 있었다. 서로를 마주하고 경계했고, 때로는 총구가 겨눠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주요 인물들 외에 깜짝 등장한 킬러들이 상황을 나쁜 쪽으로, 혹은 좋은 쪽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킬러들 중 누가 무사히 신칸센에서 내릴 것인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밉상 캐릭터인 왕자의 끝은 어떨까 궁금하게 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지만 제대로 된 끝을 맺었다는 걸 보여주며 소설은 나름의 통쾌함을 안겼다. 그리고 불운의 아이콘이었던 나나오는 사소한 불행으로 둘러싸인 대신 큰 행운을 거머쥐고 있다는 걸 느끼게 했다.

각양각색 여러 킬러 캐릭터들의 특징이 도드라져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그저 스쳐 지나갔던 이름들이 나중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비밀이 밝혀지는 걸 보며 잘 짜인 이야기라는 생각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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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00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교통기관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 예를 들어 전방 선로 위에 누군가를, 어떤 사람의 인생을 툭 던져 놓으면, 너무나 쉽게 흔적도 없이 분쇄되겠지. - P53.54

"그건 그렇고, 어쩌지. 이대로 모리오카까지 가서 미네기시한테 ‘아드님을 구출해냈지만 신칸센 안에서 죽어버렸습니다‘라고 말할 순 없잖아."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몸값이 들어 있던 트렁크까지 도둑맞았습니다, 하고 말이지." - P67

"밀감 일행이 너한테 트렁크를 다시 가로챘다는 뜻인가?"
"그들의 트렁크를 내가 가로챘어. 그런 나한테서 그들이 다시 트렁크를 되찾아갔다. 아마도 그렇게 된 거 아닐까. 또 다른 제삼자가 얽히는 복잡한 상황은 딱 질색인데."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대체로 그대로 이뤄지잖아." - P238

"중요한 건 너희가 무슨 목적으로 여기 있느냐는 거야. 자기 의사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았는가. 무엇을 할 속셈이었는가. 우리와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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