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클래식 - 나는 클래식을 들으러 미술관에 간다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4
박소현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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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관심이 거의 없었지만 근래 들어서 궁금해진 분야가 바로 미술과 클래식이다. 클래식은 재미없고 지루한, 심지어 졸리기까지 한 음악이라 여겼으나 어느새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어 이제는 내 플레이 리스트에 수십 곡이 담겨있을 정도로 종종 찾는 음악 장르가 됐다. 그리고 미술은 클래식과 비슷하게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다. 화가가 그린 그림 한 장, 예술품 하나 안에 담아냈을 의미를 깊이 헤아리지 못했지만, 미술이나 화가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고 나니 역시 남다른 의미를 알게 됐다.

<미술관에 간 클래식>은 미술과 음악이라는 각기 다른 분야지만 비슷한 매력이 있는 주제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소현 저자는 음악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미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어서 두 분야를 접목시켜 인상적인 책을 써냈다.




잘 몰랐던 김창열 화가에 대한 부분은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에 대한 언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라 영화는 보지 않았었지만 영화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서울대 미대생이었던 김창열 화가는 한국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군에 끌려갔다가 도망쳤고, 이후 헌병대에 끌려가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휴전 후에 대학에 복학하려 있지만 월북 화가의 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는 이유로 복학을 거부당했다. 그럼에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던 김창열 화가는 추상미술의 대가 김환기의 추천을 받아 미국 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가난한 유학생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캔버스 뒷면에 뿌려놓은 물방울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을 뿜어내는 모습을 본 이후 오로지 물방울을 그리며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폴란드 태생의 프레데리크 쇼팽은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고, 피아노 명곡을 많이 작곡한 음악가이다. 그가 20살의 나이에 파리로 떠났을 때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바르샤바의 젊은 사관들이 11월 봉기를 일으켰고,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폴란드가 대패한다. 이후 쇼팽은 프랑스로 망명해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두 사람은 1세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시대를 살아왔지만, 조국에서 일어난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인해 왠지 모르게 비슷한 삶을 살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김창열 화가의 그림 '밤에 일어난 일'을 쇼팽의 '빗방울'을 들으며 감상하니 그림과 음악에 담긴 애환이 깊이 와닿았다.

서양 미술에 관한 책이 월등히 많아서 자주 접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 미술에 관한 책은 드물어서 좀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미술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건 7세기에 만들어진 고분 벽화 '강서대묘 사신도'이다. 사신은 동서남북을 수호하고 사계절을 주관하는 네 마리의 환상의 동물이다. 동방의 청룡, 서방의 백호, 남방의 주작, 북방의 현무, 그리고 중앙의 황룡을 그린 그림인데, 천장에 그려진 황룡은 침수로 사라졌다고 한다. 참고로 사신도는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천재 작곡가라 불린 윤이상은 '강서대묘 사신도'를 보기 위해 직접 북한에 방문하고 독일로 돌아와 도교 사상을 음악에 묘사하고자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납치, 고문을 당했다. 윤이상은 1968년 감옥에서 생사의 기로에 있을 때 '영상'이라는 음악을 완성했고, 이후 1969년 풀려나 독일로 돌아왔다고 한다. 오보에,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의 서양 악기를 연주해 만든 음악이지만 왠지 모르게 동양적인 느낌이 풍기는 건 윤이상 작곡가의 혜안과 의지가 담긴 덕분인 것 같다.
너무나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는 주세페 베르디의 '레퀴엠'과 연결 지었다. '레퀴엠'은 내 플레이 리스트에도 담긴 곡이라 반가웠는데, 음악을 들으며 불행한 삶을 살았던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이 담긴 책을 읽으니 연이은 가족의 죽음과 폐결핵, 정신병 등을 안고 살았던 절망스러움이 더욱 와닿았다.



 

두 가지 분야를 접목해 소개한 이 책 덕분에 두 개의 매력을 한꺼번에 느꼈다. 그림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QR코드도 삽입되어 있어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고, 화가와 음악가의 삶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미술과 클래식이라는 두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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