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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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밤 방송국 작가 은하는 암으로 인해 휴직을 했다가 회사에 복직했다.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해 아나운서인 오태만이 예능국으로 발령되어 함께 일하게 됐는데, 그가 낸 아이디어가 국장에게 채택되어 프로그램으로 만들게 된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 예술 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한 한가을은 휴학을 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곳에서 안미진과 친해져 나중엔 각자 짝사랑하는 상대에 대해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다 한가을은 좋아하는 경은 선배의 초대로 미진과 함께 스튜디오 파티에 참석한다.
월계동(月溪洞) 옥주
옥주는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예후이를 만났다. 술을 마시느라 기숙사에 들어갈 시간을 놓친 그녀를 예후이는 친절하게 도와줬다. 이후 옥주는 그녀에게 중국어 강습을 부탁하면서 가까워졌고, 유학 온 여러 나라의 학생들과도 친분을 쌓게 되면서 함께 어울린다.

하바나 눈사람 클럽
진희는 9살 크리스마스이브에 주찬성을 처음 만났다. 축사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아빠는 다니지도 않는 교회에 진희를 맡긴 것이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가까워져 교제하는 사이가 됐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 미용실을 운영하는 진희는 단골손님의 소개로 주찬성이라는 남자를 소개받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가 떠오른다.
첫눈으로
술을 좋아하는 국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회식을 할 수 없게 되자, 방송국 직원들을 모아 비대면 회식을 한다. 회식이라 일 얘기가 당연히 언급되어 이전에 촬영했었던 '맛집 알파고'가 화두로 떠올랐다. 소봄은 지민 피디와 함께 부산으로 촬영을 갔을 때 맛집 알파고와 지민 피디 사이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세미는 20년 가까이 살았던 개 설기를 얼마 전에 떠나보내고 깊은 우울증에 잠겨있다. 세미의 친구이자 현재는 음주 운전으로 자숙 중인 아이돌 양요가 다른 사람의 개를 만져보라는 조언을 한다. 그래서 세미는 과거에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중 카카오톡의 프로필이 강아지 사진인 사람에게 연락을 한다.
크리스마스에는
지민은 12년 전 대학 시절에 사귀었던 현우가 '맛집 알파고'라는 걸 알게 됐다. 국장은 그를 섭외해 촬영을 하라는데 연락을 하기가 영 껄끄럽다. 그럼에도 지민은 현우에게 연락을 했고, 막내작가 소봄, 촬영 담당 재형과 함께 부산으로 가 촬영을 시작한다.




각각의 주인공이 서로 연결되어 있던 연작 소설인 <크리스마스 타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하바나 눈사람 클럽>이었다.
목사의 아들로 늘 올곧고 바르게, 그러면서 억압되어 살았던 주찬성이 진희를 만나게 되면서 묘한 해방감을 느낀 듯했다. 물론 소설은 오로지 진희의 입장에서 진행되긴 했지만, 주찬성의 반응을 보면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다. 그렇게 잘 만나다 성인이 되기 전에 헤어지고 이제는 연락이 끊겼는데, 진희가 이름이 같은 그를 소개받게 되면서 과거 회상과 현재가 함께 진행됐다.
이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건 크리스마스 기적과 같은 결말 때문이었다. 어릴 때의 풋풋한 인연이었지만 헤어지고 난 후에 돌고 돌아 마주치는 그 마지막 장면에서 그리움이 포근한 현실로 이어진 게 참 좋았다. 헤어졌지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재회도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키우던 개 설기를 떠나보낸 뒤 슬픔에 잠긴 세미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는 다른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반려견의 죽음으로 지난 인연을 되돌아보고 있는 관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사회인이 된 지 오래된 세미라 당연히 몇 번의 이직이 있었는데, 개를 만져보며 설기를 마음에서 떠나보낼 준비를 하려는 그녀가 과거의 직장 상사들과 재회하면서 이전에는 차마 알지 못했던 그들의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학생 때 과외를 해주던 선생님과도 만나면서 이 사람은 여전하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지게 만들기도 했다.

연작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어떤 이야기에서는 언급만 되거나 조연으로 등장한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그들이 몰랐을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게 인생과 같다고 느껴진다.

크리스마스는 한참 지났고, 올해 크리스마스가 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타일처럼 이어붙인 각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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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단어씩 더할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의 어느 날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처음 만났던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었다. 그때는 해명할 수 없었지만 늘 녹진하게 달라붙어 있던 어떤 감정들을 처음으로 공유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서글픔, 애석함, 손 내밀어보고 싶던 충동들을. <하바나 눈사람 클럽> - P157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 <크리스마스에는>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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