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8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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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마 장로가 세상을 떠난 후, 고인의 유체를 안치해두고 장례 준비가 한창일 때 시체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고인을 존경하고 우러러봤던 알료샤의 입장에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터운 신앙이 있었던 알료샤는 혼란스러워했고 더러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런 알료샤를 찾아온 라키친은 그를 데리고 그루셴카에게 갔다. 알료샤는 아버지와 큰형 미챠의 사이를 갈라놓은 원인인 그루셴카를 두려워했었지만, 장로의 일이 있고 난 직후라 그런지 그녀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그렇게 셋이서 한창 노닥거리고 난 후, 그루셴카는 자신을 찾는 옛 연인에게로 가버렸다.

한편 미챠는 약혼녀인 카챠에게서 훔친 3천 루블을 돌려줘야만 그루셴카와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여기고 돈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루셴카의 후견인에게 농락당하고 분통해하기도 했다.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던 미챠는 자신의 돈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집을 찾아가 죽인 후 숨겨둔 돈을 들고 나와 그루셴카에게 간다.



작년 8월에 1권을 읽고 진작에 읽었어야 할 2권을 해를 넘겨 읽게 됐다. 읽어야 된다는 걸 인지하고는 있었는데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던 게 원인이었다. 읽은 텀이 길어서 내용을 잊어버렸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대충 기억은 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2권의 초반은 죽음을 앞둔 조시마 장로의 이야기였다. 17살 때 죽은 자신의 형에 대한 이야기와 1권에서처럼 종교적,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용이 너무 딱딱하고 계몽적이라 읽고 난 후에는 머릿속에 그다지 남은 게 없다는 흠이 있었다.
죽기 전 사제들에게 갖은 이야기를 남긴 조시마 장로가 세상을 떠난 뒤 혼란스러워하는 알료샤의 모습이 이어졌다. 사람이 죽으면 썩는 냄새가 나는 게 당연했지만, 종교적인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덕을 많이 쌓고 신실한 이의 사체에서는 향기가 났었다는 다른 사제의 말로 봐서 알료샤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학적이지 않은 것을 좀처럼 안 믿는 내 입장에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으나 그래도 알료샤의 믿음이 얼마나 컸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후 그루셴카를 향한 감정 또한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역시 사체의 냄새 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조시마 장로의 죽음으로 인해 알료샤의 눈이 뜨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반까지는 알료샤의 시점으로 진행되었고, 이후에는 드미트리, 일명 미챠의 시선으로 진행되면서 소설은 본격적인 사건에 접어들었다. 약혼자의 돈을 훔친 걸 갚아야만 그루셴카와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미챠가 잘못됐다고 여겨졌다. 그루셴카는 미챠에게 일말의 사랑도 느끼지 않았는데 혼자 설레발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망상에 단단히 사로잡힌 그를 부채질한 건 그루셴카의 후견인 삼소노프에게 농락당한 일이었다. 삼소노프가 자신을 놀린 걸 깨달은 후에 미챠는 호흘라코바 부인에게 가서 3천 루블을 빌려달라고 했지만, 그녀에게서도 약간의 모욕감을 느끼며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미챠의 발길을 돌린 건 아버지의 집이었고, 분기탱천한 그는 일을 치르고야 말았다. 아버지를 죽이고 돈을 훔친 미챠는 곧바로 그루셴카에게 갔는데, 그녀가 첫사랑 남자에게 갔다는 하녀의 말에 또 쫓아가는 스토커 짓을 한다. 그리고선 그녀가 있는 곳에서 술을 마시며 파티를 하는 등의 제정신이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다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경찰서장과 검사시보 등에게 붙잡혔다.

1권에서부터 느껴졌던 미챠의 기이한 정신 상태를 2권 후반에 확실히 보여줬다. 아버지를 죽여놓고 아니라고 발뺌을 하는 건 범인이라면 응당 그럴 수 있는 거라 생각됐는데, 다른 행동들은 심리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어 보였다. 심문을 당하는 와중에 거짓말을 계속했지만, 거짓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자꾸만 번복되기만 했다. 자신 역시 그 거짓말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화를 냈다가 좀 쉬자고 했다가 때로는 불쌍한 척하는 등 온갖 추태를 부렸다. 등장했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인간이라 내내 불편하고 불쾌했다. 아버지의 성격을 가장 많이 닮은 게 미챠가 아니었나 싶다. 둘 다 성격이 그리 좋지 않은 데다가 그루셴카를 사랑했던 걸로 봐서 취향도 비슷했으니 말이다.

​​​​​​​심리를 진행하는 자들은 미챠를 이미 살인자라 낙인찍은 것 같은데 3권에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모르겠다. 알료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인지, 2권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둘째 이반은 어떻게 된 것인지도 궁금하다.


"서둘러 찾거라, 내일도 다시 가서 서둘러라, 만사 제쳐두고 서두르거라. 어쩌면 아직은, 그 어떤 무서운 일을 미리 막을 수 있을 게다. 어제 나는 그가 앞으로 겪게 될 크나큰 고통 앞에 절을 한 것이니라." - P13

"안 죽일지도 모르고, 죽일지도 몰라. 내가 두려운 건, 바로 그 순간 아버지의 얼굴이 갑자기 증오스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거야. 아버지 목의 그 울대, 그 코, 그 눈, 그 파렴치한 조소를 나는 증오해. 한 인간으로서 끔찍한 혐오를 느끼는 거야. 바로 이게 나는 두려워, 도저히 나 자신을 억제할 수 없을 테니……" - P229

"사람의 생명을 해쳐서는 절대로 안 돼. 만약 생명을 해쳤다면─자신을 벌해야 돼…… 만약 생명을 해쳤다면, 만약 누군가의 생명을 파멸시켰다면─스스로를 벌하고 떠나야 돼!"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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