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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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국립병원의 접근이 어려운 병동에 한 환자가 누워있다. 총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으나 그가 깨어나면 수사에 중요한 증인이 될 거라 여겼기에 경찰이 번갈아가며 24시간 지키고 있다. 병실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는 하나뿐이고 날마다 암호가 바뀌며, 정해진 의사와 간호사만 드나들 수 있을지라도 번번이 체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퇴 경찰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죽은 경찰이 살해된 곳은 과거 그 피해자가 수사를 하던 장소였다. 이후 여러 경찰이 살해되는데, 그들이 살해된 곳은 어김없이 각자의 과거 사건과 관련이 있는 장소였다. 경찰청장이 된 미카엘 벨만은 범인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군나르 하겐은 미카엘 벨만의 의견에 반하여 대규모 수사가 아닌 소규모로 수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베아테 뢴, 카트리네 브라트, 비에른 홀름, 그리고 심리학자 스톨레 에우네를 모아 팀을 꾸린다. 그들은 이 팀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인 해리 홀레를 그리워하며 수사를 시작한다.



해리 홀레 시리즈 10번째 소설 <폴리스>에서 해리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여겼다. 전편을 읽은 지 1년이 훌쩍 넘어서 마지막이 어떻게 됐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찾아보니 총에 맞았었다고 한다. 그것도 올레그의 총에!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니 왜 그랬나 싶다.
그래서 당연히 병원에 누워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이 해리라고 단정 지었다. 혼수상태지만 해리는 천하무적까진 아니어도 일단은 주인공이니 죽게 내버려 두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미 11번째 시리즈가 나왔다는 걸 알고 있기에 확신했다. 그런데 환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다. 그것도 혼수상태에서 잠깐 깨어났다가 자연적으로 죽고 말았다. 그래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해리가 아니라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해리는 어디 있는 건가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계속 의심했던 건 혹시 다른 이들을 속여야만 했기에 죽은 것처럼 짜고 치고 장례까지 치른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무려 200페이지가 넘도록 해리가 나타나지 않아서 어떻게 된 건가 의아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래서 좀 당황스러우면서도 안도했다. 해리에겐 경찰 외에 다른 직업은 안 어울리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나름 숨어 지냈던 해리가 나타나면서 경찰 킬러 사건이 조금은 활기를 띠려나 싶었지만, 해리는 수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결국 해리와 가깝게 지내던 이들은 "해리 없는 해리 팀"이 되어 그들만의 수사를 시작했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다른 추리 스릴러 소설보다 범인을 찾는 게 훨씬 어렵지만, 이번 시리즈는 유난히 더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경찰을 죽이는 범인은 다른 때보다 교묘했고, 의심스러운 사람도 여럿이었다. 초반에 용의자로 지목된 발렌틴은 전적이 있어서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미카엘 벨만의 더러운 일을 대신해 주는 "버너" 트룰스는 이전부터 보여준 행동과 성격으로 인해 나쁜 쪽으로 기울었다. 경찰대학 학생이자 해리에게 꼬리를 치는 실예 또한 뭔가 꺼림칙한 구석이 있었다. 경찰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이라 등장하는 모든 경찰 관계자들이 의심스럽기도 했다. 이전 사건의 정보 같은 건 내부자가 아니면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범인의 윤곽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빙글빙글 도는 해리 없는 해리 팀은 결국 해리의 손을 빌리게 되고, 나중엔 해리가 언제나처럼 모두를 지휘하며 사건을 척척 해결해 나갔다. 이전의 해리로 돌아온 것 같으면서도 달랐던 건 그가 이제는 더 이상 술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전과는 달라지려고 확실하게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건 라켈과 올레그 덕분이었다. 해리를 다시 받아준 라켈로 인해 그는 스스로 달라지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시리즈의 10편이 되어서야 주인공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마저도 감사를 해야 할 판이었다. 이대로 무사히 별일 없이 범인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해리가 마음 편히 수사만 하게끔 내버려 둘 작가가 아니었다. 이전 시리즈에서 해리의 손가락이 잘리고 얼굴에 흉터가 나고, 총에 맞기까지 했을 정도로 온갖 일을 다 겪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행히 해리가 다치지 않았으나 주변 사람이 고통을 받았다. 특히 그 캐릭터는 해리 다음으로 좋아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되어 얼마나 놀라고 또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정말 거짓말이기를 바랐는데 다른 건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줘서 너무나 아쉬웠다. 거기서 끝날 줄 알았지만 이후에 해리와 가까운 사람이 큰일을 당할 뻔하고, <스노우맨>에서 그랬던 것처럼 라켈과 올레그가 범인과 마주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전에는 피해자였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익숙해져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낸 게 나름의 반전이었다.

결말은 잘 끝났고 해리와 라켈, 올레그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그러나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기에 마지막에 또 걱정할 만한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서로 좋은 감정이 없는 해리와 트룰스의 사이가 조금은 변하게 된 계기가 있기도 해서 앞으로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시리즈였다. 언제나처럼 재미있게 읽었지만 세상을 떠난 그 캐릭터로 인해 안타깝고 아쉽기도 한 마음도 든다.


"중요하지도 않고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모든 것에는 뭔가 의미가 있어. 그리고 우리는 빛이 있는 곳, 뭔가가 보이는 곳부터 찾기 시작하는 거야." - P299

"알다시피 살인자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올레그랑 라켈을 죽이려고 했어. 그건 내 잘못이었고."
"오래전 일이잖아요."
"나한테는 어제 일이야. 영원히 어제 일일 거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그래도 난 어떻게든 노력하고 있어. 나를 바꾸려고."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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