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류쯔제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체인 게스트하우스 "마 언니네 집"을 운영하는 마추이추이는 사랑했던 남자들과의 관계로 조금은 복잡한 상처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25살 때까지 만난 첸웨이하오는 그녀가 처음으로 집을 장만하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떠나버렸다. 이후 종종 만나며 섹스 파트너와 비슷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찾아왔었던 12살 연하남 딩야둥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는 티베트로 떠나 객사했다. 텅 빈 마음을 달래기 위해 SNS를 통해 만난 사업가 허톈멍과 시작된 연애는 순조로웠으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와 결혼해 살 집을 위해 계약금을 보내줬는데 이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처음부터 계획된 사기였던 것이었다.
그들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달랠 길이 없던 마추이추이는 알츠하이머를 앓는 늙은 엄마를 보러 갔다가 죽은 줄 알았던 딩야둥이 남긴 메모를 발견한다.

인기 소설 작가 중링의 대필 작가로 일하는 천량량은 소설 "마 언니네 집"의 초반부를 작성해서 메일을 보냈다. 중링은 매번 내는 소설마다 인기를 끄는 작가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천량량 역시 대필 의뢰를 받아 계약서를 쓰러 갔을 때, 중링의 매니저 가오위안을 통해 관련 사항을 전달받았을 뿐이었다.
천량량이 대신 쓴 소설이 마음에 들었는지 "마 언니네 집"은 벌써 세 번째로 대필하는 것이었다. 천량량은 비밀유지각서로 인해 자신이 진짜 소설가라는 걸 그 어디에도 밝힐 수는 없지만, 왠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허톈멍이라는 사기꾼의 이름을 자신과 동거하는 남자친구의 이름인 리전위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진실>은 소설 속의 소설인 "마 언니네 집"의 마추이추이와 그 소설을 대필하는 작가 천량량의 시점을 오가고 있었다. 줄거리를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그 부분만은 인지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딩야둥의 메모를 발견한 마추이추이의 모습에서 천량량이 중링에게 메일을 보내는 장면으로 전환됐을 때 놀라지는 않았다.
그러나 천량량의 시점이 계속 진행되면서 다른 의미로 놀라움을 안겼다. "마 언니네 집"은 베일에 싸인 인기 작가 중링이 플롯만 구성해서 천량량에게 대필 의뢰를 한 소설이었다. 그런데 천량량이 대신 이어나가게 된 소설은 그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살짝 바꿔 소설 속에 담아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 작가도 아니고 대필 작가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되긴 했다. 자신이 썼다는 흔적 정도는 남기고 싶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다 천량량이 소설 문제로 가오위안에게 호출을 받은 뒤에는 더욱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 중링의 정체와 그녀가 자료 수집을 위해 실제로 인터넷에서 누군가를 만나 인연을 이어가는 등의 흔적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소설 중반까지는 천량량의 사랑과 그녀가 대필하는 "마 언니네 집"의 마추이추이의 사랑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러다 중반을 넘어선 이후에는 소설에 영감을 준 실제 인물들을 찾기 위한 천량량과 가오위안의 추리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진실과 거짓, 허구와 실제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소설 속 소설 "마 언니네 집"에서도 그렇고 천량량과 가오위안,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존재감이 큰 중링까지 모두 모호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미로를 탐험하는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 계속해서 따라가지만, 엉켜있는 실타래만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마지막엔 진실이 밝혀지며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일깨웠다. 아무리 거짓이라고 해도 스스로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거짓도 진실이 될 수 있었다. 곁에서 보기엔 답답하고 바보 같을지라도 말이다. 사실 답답한 정도가 아니라 친구였다면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하고 싶을 정도이긴 했다. 그래도 뭐, 본인이 그렇게 믿고 싶다는데 별 수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며 진짜와 거짓, 그리고 믿음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이 흥미로웠다. 모두 작가가 창작한 것이지만 마추이추이의 이야기와 천량량의 진실 찾기가 각자 다른 매력을 풍겼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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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말을 당신이 믿으면 진실이고, 믿지 않으면 거짓말이지." - P25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결코 우연일 리 없었다. 중링 선생님, 당신 대체 무슨 이야기를 쓴 건가요? 무슨 함정을 파놓은 건가요?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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