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첫 번째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도망친 뒤, 그는 자신의 아들 드미트리를 내팽개치고 슬픔에 젖어 술만 퍼마셨다. 표도르의 하인 그리고리가 가여운 드미트리를 돌보게 됐는데, 도망간 아내의 친척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 미우소프가 나타나 후견인이 되어 데리고 갔다.
이후 두 번째 아내를 맞이한 표도르는 그녀에게서 이반과 알렉세이를 얻었다. 그러나 그녀는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고, 표도르는 첫 번째 아내를 잃었을 때와 같은 행동을 했다. 결국 이반과 알렉세이는 두 번째 아내를 돌보던 장군 부인이 데리고 떠나버렸다.
세 형제는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됐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모두 성인, 막내 알렉세이는 거의 성인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 표도르의 집에 모이게 된다. 드미트리는 자신에게 돌아왔어야 할 돈을 아버지가 빼돌린 것으로도 모자라 사모하는 여인 그루셴카까지 꼬여냈다며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이반은 세 형제 중에 공부를 가장 오랫동안 했기 때문인지 자기만의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반은 드미트리의 약혼녀 카체리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듯하다. 사제가 되기 위한 수련 중인 셋째 알렉세이는 존경하는 조시마 장로가 오늘내일하고 있어서 정신이 없는데, 아버지와 형들 사이에서 중재까지 하려니 더욱 바쁘다.



읽어야지, 읽어야지만 하고 있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시작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책은 너무 어렸을 때 멍청이처럼 읽어서 재독해야 되는 <죄와 벌>과 몇 해 전에 읽은 <지하로부터의 수기> 뿐이다. 아무래도 작가의 이름에서 풍기는 어려운 느낌에 손이 잘 가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러시아 문학은 이름 때문인지 읽기 시작해도 적응하는 데 다른 나라 문학보다 더 오래 걸린다. 이름보다 많은 별명, 애칭 등이 이 소설에도 많이 등장했지만 다행히 소설을 시작하기 전 등장인물에 관한 설명이 있어서 헷갈릴 땐 앞으로 가서 찾아보며 읽었다.

소설이 시작되고 형제들이 나오기 전, 아버지 표도르에 관한 설명이 이어지는 부분에서부터 그에 대한 감정을 좋게 가질 수가 없는 건 당연했다. 여러 경위로 두 아내를 잃은 뒤 슬픔에 잠긴 건 이해할 수 있었는데, 슬픔이라는 감정에 젖기보다는 어느새 슬픔에 빠진 자기 연민에 더 집중한 것 같아서였다. 더군다나 그런 슬픔에 빠진 행동으로 세 아들들을 버려두고 보살피지 않았고, 아들이 있는 줄도 몰랐을 정도였으니 아버지로서는 진작에 자격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런 인간은 돈과 여자에만 눈을 밝힌다는 게 문제였다. 드미트리에게 남겨진 유산과 영지를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되먹지 못한 아버지가 관리해야 했는데, 드미트리가 성인이 되었을 때 손에 쥘 수 있는 재산은 거의 없었다. 그로 인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이 시작됐고, 표도르는 매혹적인 여자 그루셴카까지 이용해 아들을 농락했다.
드미트리와 표도르의 갈등과 멱살잡이는 집안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알렉세이가 적을 두고 있는 수도원에서도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바깥에서도 잘 샌다는 걸 보여줬다. 표도르의 자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직하고 차분하고 착한 알렉세이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둘째 이반은 강 건너 불구경을 했지만, 나중엔 카체리나 문제로 드미트리와 또 다른 갈등을 보여줬다. 초반엔 드미트리가 가엽게 여겨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사람 역시 멀쩡하지는 않다는 게 느껴졌다. 결국 불쌍한 건 사방에서 중재를 해야 하고, 또 여러 사람의 부탁도 들어주며 바쁘게 움직였던 셋째 알렉세이였다.

소설의 주요 쟁점은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 간의 갈등이었으나 다양한 문제들이 언급되기도 했다. 종교에서 시작되어 철학적인 것으로 이어진 문제가 있었는데, 종교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읽기만 했다. 그리고 알렉세이와 리즈의 풋풋한 관계가 있었고, 표도르의 요리사 스메르쟈코프를 보여주며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예감하게 했다. 마지막엔 이반이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떠났고, 스메르쟈코프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발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1권이 끝이 났다.

정말이지 이 문제적 부자들의 갈등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소설 전체적인 설명을 슬쩍 읽으니 친부 살해가 중점이 되는 사건인 것 같은데, 1권에서는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어도 표도르의 행동거지를 보면 미래에 벌어질 죽음이 가엽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 갈등과 절정으로 치닫는 사건, 그리고 그 이후에 남은 형제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궁금하니 빠른 시일 내에 2권을 읽어야겠다.


"너희 집안에서 그게, 그러니까 그 범죄가 일어날 거야. 네 형들과 돈 많은 네 아버지 사이에서 일어날 거라고." - P159

"저는 만약 아버지가 제게 손을 내민다면 용서해드리려고, 용서해드리고 용서를 구할 생각으로 왔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이 순간 저뿐만 아니라, 그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것조차 삼갈 정도로 제가 공경하는 더없이 고결한 아가씨까지 모욕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온갖 농간을 공개적으로 폭로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비록 그 사람이 제 아버지일지라도……!" - P148

뭔가가 거의 절망에 맞닿아 있었고, 이건 알료샤의 마음속에 아직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모든 것 위에 산처럼 버티고 서 있는 것은 해결할 길 없는 가장 중요하고도 숙명적인 물음이었다. 이 무서운 여자로 인한 아버지와 드미트리 형 사이의 긴장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 P2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