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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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가시고 1년 뒤에 엄마도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나"는 혼자 남게 되었다. 장례식을 치른 후 친척들 사이에서는 나를 누가 데리고 갈 것인지 시끄럽게 말다툼을 벌였다고 했다. 그들은 집에 남은 침대나 탁자, 의자를 서로 가지려고 싸우면서 나를 두고도 싸웠다고 했다. 나는 키가 아주 큰 할아버지 다리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했고, 결국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를 데리고 가기로 결정했다고 할머니가 나중에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버스를 타고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에서 살게 된 나는 "작은 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자연 속에서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이 소설은 체로키 인디언인 작가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소설 속 할아버지는 작가의 실제 조부의 모습을 썼다고 하고, 할머니는 전해 들은 고조모와 어머니의 모습을 합쳐 그려낸 인물이라고 한다. 실제 경험담을 담은 자서전과 같은 이야기라서 그런지 소설 속 작은 나무의 마음에 몰입해서 읽었다.

인디언으로 숲속에서 단출하게 사는 건 그리 넉넉하지 않아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런 선입견을 깨주었다. 형편이 어렵긴 했어도 그렇게 쪼들리는 삶은 아니었다. 농작물을 심고 열매 나무에서 나는 재료들로 그들은 충분히 잘 먹으며 지냈고, 동물과 물고기를 사냥해 먹기도 했다. 그들은 먹지도 않을 동물들을 단순히 사냥을 목적으로 많이 잡지 않았다. 자연에게서 최소한의 것만, 꼭 필요한 만큼만 얻었고 나머지 것들은 다 풀어주었다. 지금 시기에야말로 진정 필요한 생활 방식이 아닌가 싶었다. 사슴 같은 동물들을 먹고 난 후에는 가죽으로 셔츠 등을 만들어 입으며 추운 겨울을 나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작은 나무에게 알려준 모든 것들이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를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이들이 산속에서만 지냈던 건 물론 아니었다. 스코틀랜드와 체로키 인디언 혼혈인 할아버지는 스코틀랜드 가계에서 전수받은 위스키 제조법으로 자신만의 위스키를 만들어 산 아래 가게에 납품하기도 했고, 가족 모두 일요일에 교회에 나가 다른 인디언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떠돌아다니면서 온갖 물건을 파는 사람도 주기적으로 오두막에 들렀고, 바이올린을 켜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도 있었다. 인디언이 아닌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모습이 의외였고, 역시나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내 협소한 생각을 반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평온하기만 한 나날만 있지는 않았다. 작은 나무가 어떻게 사는지 직접 보지 못하고 오지랖을 부린 누군가로 인해 아이가 조부모와 헤어져 머나먼 고아원으로 끌려갔던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다. 조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크나큰 마음으로 키웠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기도 하면서 화가 났다. 거기다 고아원의 목사가 진짜 나쁜 인간이라 작은 나무가 한시라도 빨리 그곳을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다행히 작은 나무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깝게 지내고 따스한 마음을 나눈 사람이 좀 과격하게 행동했던 덕분에 아이는 사랑이 가득한 보금자리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190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작가 덕분에 당시의 미국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인디언의 생활 방식과 그들의 마음가짐, 가까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모습 등을 알게 되었다. 동화처럼 따스한 이야기지만 실화이기에 마지막은 여운이 남았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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