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1년. 열두 살 소년 잭 소여는 엄마 릴리와 함께 휴양지에 왔다. 학기 중이라 당연히 학교에 가야 했지만 엄마는 그런 문제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아마도 엄마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잭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잭은 호텔 방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는 엄마가 직접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척했다. 그래서 때로는 혼자 나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슬픔의 시간을 때웠다.

그러다 잭은 근처 놀이동산에서 스피디 파커라는 이름의 할아버지를 만나 친구가 된다. 종종 만나면서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스피디는 잭에게 기이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엄마가 암에 걸려 돌아가실 위기에 처한 지금 상황이 다른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테러토리"라 불리는 그 세계는 돌아가신 아빠 필도 알고 있었고, 아빠의 동업자이자 현재는 엄마를 괴롭히는 모건 슬로트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엄마처럼 죽어가고 있는 테러토리의 여왕 로라 델루시안은 엄마의 트위너이고, 아빠와 모건의 트위너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피디는 잭이 테러토리에서 부적을 가지고 온다면 엄마 릴리와 여왕 로라뿐만이 아니라 두 세계 모두 구할 수 있을 거라며 마법 주스를 건네준다.



주인공인 잭 소여의 이름이 등장하자마자 퍼뜩 떠오르는 건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이었다. 처음엔 "소여"라는 성 때문에 마크 트웨인의 소설이 떠올랐지만, 이후에 잭이 본격적으로 모험을 떠나게 되면서는 20세기 판타지 버전으로 다시 쓰인 "잭 소여의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잭은 그 나이의 아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웠다.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셨고 엄마 역시 병색이 완연해서 그런 듯했다. 슬픔이 가득했지만 잭은 그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아기 때부터 친구인 리처드 슬로트는 먼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었기에 만날 수조차 없었다. 외롭고 또 쓸쓸한 상황이 잭을 성장하게 만든 듯 보였다.
이런 잭 앞에 나타난 스피디 할아버지는 그의 마음을 달래주고 보듬어줬다. 마음이 먼저 가까워졌기 때문에 잭은 스피디를 신뢰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늘어놓는 테러토리에 관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믿기 시작했고, 그곳에 한 번 다녀온 이후에는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 사랑하는 엄마 릴리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잭은 못 할 일이 없었다.

엄마를 구하기 위한 잭의 모험이 시작되면서 고난 역시 시작됐다. 마법 세계인 테러토리에서는 모건의 트위너인 오리스와 그의 부하 오스먼드에게 쫓겨 다녔다. 다행히 테러토리에서 만난 울프 덕분에 조금은 즐거운 경험도 하게 되지만 힘든 일이 더욱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잭이 원래 살고 있던 이쪽 세계에서도 온갖 고난을 겪었다. 엄마를 구하겠다며 떠난 잭은 테러토리에서 위험에 처할 때마다 마법 주스를 마셔서 이쪽 세계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쁜 사람들을 만났다. 얼마간 일을 한 술집 주인은 악독했고, 테러토리에서 울프와 함께 이쪽 세계로 왔을 때는 청소년 보호 시설 같은 곳에 보내져 괴롭힘을 당했다. 게다가 모건 슬로트 역시 잭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이쪽, 저쪽 세계를 오가며 쫓아오기도 했다.
정말이지 너무나 힘들고 고된,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생을 했다. 이 정도면 모험이 아니라 역마살 수준이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긴 했어도 잭은 부적을 향해 나아갔고, 중반 이후에는 모건의 아들이자 가장 친한 친구 리처드와 동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비밀이 밝혀져 리처드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리처드는 당시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빠 모건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잭 역시 리처드를 믿었기 때문에 부적을 향한 모험을 그와 함께 할 수 있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스케일이 점점 커졌다. 이쪽, 저쪽 세계를 오가는 건 물론이고 총을 사용하는 전쟁도 벌어졌다. 엄마 릴리는 점점 쇠약해져 죽어가고 있었고, 리처드와 스피디 할아버지 역시 죽음을 코앞에 둔 듯했다. 아끼는 사람들을 구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잭은 괴로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대단한 용기와 끈기가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앞길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잭의 존재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그가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출간됐지만 미국에서는 1984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40년 가까이 된 책이지만 세월의 흔적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판타지 장르가 원래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소설을 읽으며 안타까웠던 건 내가 상상력이 형편없는 사람이라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잭이 처한 상황이나 테러토리에서 만난 독특한 캐릭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많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상상하며 읽다가 잘 안 떠오르면 그냥 읽었다. 이런 내용은 아무래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상이 더 실감 나고 즐거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스티븐 스필버그가 30년 동안이나 영화화 작업 중이라고 하는데 왠지 안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뭐, 나온다면 즐겁게 볼테지만 말이다.

"부적을 두려워하지 마라, 아이야. 부적이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부적은 말 잘 듣는 사냥개처럼 너한테 다가올 거야." 2권 - P529

"충고를 하나 해 주마. 네 힘으론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일도 있게 마련이야. 때때로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죽는 경우도 있어……. 하지만 누군가 그 어떤 일을 하지 않으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경우도 있단다." 1권 - P431

잭은 막연하게나마 그가 하려는 일이 단순히 엄마를 구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애초부터 잭은 그보다 더 위대한 일에 뛰어든 것이었다. 선한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제 그는 이 모든 역경이 사람을 강인하게 만든다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하기 시작했다. 2권 - P4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