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디 러브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다이너는 다섯 살 아들 로비와 쇼핑몰에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로비와 자주 하는 게임인 "주차장에서 우리 차 찾기"가 한창 중이었다. 쇼핑몰에서 많은 걸 보고 놀고 즐긴 탓인지 로비는 차를 찾지 못했다. 다이너가 슬쩍 힌트를 줘도 아이는 혼란스러워하며 집에 가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그러다 차가 있는 쪽으로 향하는데 누군가가 다이너의 머리를 세게 내려치고 로비를 밴에 태워 도망쳤다. 다이너는 머리에서 피가 쏟아질 정도로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밴에 매달렸다. 하지만 로비를 빼앗아 간 운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칠게 차를 몰아 다이너를 다치게 했고 이내 도망을 쳤다.

아프리카계 교인들이 다니는 교회에 백인 설교자가 나타나 말씀을 전한다. 교인들은 선량하고 깊이 있는 설교자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교회의 담임 목사는 그에게 헌금 절반을 나눠주었다. 그러고 자신의 차에 돌아온 남자는 어린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작은 관에 대고 말을 했다. 로비를 납치한 체트 캐시는 아이에게 기드온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주며 자신이 대디 러브라고 말했다. 낳아준 부모가 그를 버렸으나 대디 러브가 데려왔으니 축복받은 아이라고 말했다. 낯설고 두려워하는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그는 오랫동안 아이를 구속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또 채웠다.




순식간에 아이를 납치당한 엄마 다이너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 소설은 처음엔 특별히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훑어봤을 때는 몰랐던 것을 세부적으로 보여주었다. 다이너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짜증이 이는 걸 참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 위트 몰래 때로 담배를 피웠고, 로비가 차를 찾을 동안 담배를 피우려고 아이의 손을 잠깐 놓기도 했었다.
다이너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대디 러브는 그녀가 나쁜 엄마라고 인식해 아이를 납치하는 걸 합당하게 여겼다. 사실 대디 러브는 로비 이전에도 남자아이들을 납치한 전적이 있었다. 예닐곱 살쯤 된 예쁜 남자아이들을 납치해 한적한 곳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키우며 사랑을 해준다는 명목을 내세워 성폭행했다. 자신의 말을 잘 듣도록 관에 가두기도 했다. 그런 행동 때문에 납치된 아이들은 반항이라는 걸 할 수가 없었고 도망을 치면 죽는다는 것 또한 알았다.
하지만 아이가 열두 살쯤 되어 반항이 시작되고 얼굴에 여드름이 올라오면 대디 러브는 아이를 죽여 땅에 묻어버리곤 새로운 아들을 찾기 시작했다. 로비 역시 대디 러브가 노리던 사냥감 중 하나였다.

대디 러브, 대외적으로는 체트 캐시였던 그는 너무나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게 아이들에겐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여자들 대부분은 체트에게 호감을 보이고 때로는 사랑하기도 해서 그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왔다. 아들을 나쁜 엄마에게서 데리고 온 좋은 아빠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약을 먹이거나 엄격한 훈육 때문에 기가 죽어 말을 하지 않는 아들이 자폐 같은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을 그런 부모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갈망으로 아이를 납치했고, 집에 데리고 와서는 자신의 비뚤어진 욕망을 채웠다. 자신이 선택한 아이니까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듯 내키는 대로 아이를 휘두르고 때리며 말을 듣게 만들었다. 이 인간은 한마디로 미친 사람이었다.

이런 미친 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유괴범의 손에 좌지우지될 수 있는 아이가 6년이나 도망치지 못했던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로비가 납치됐을 땐 다섯 살이었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조금씩 자라면서는 대디 러브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두려움 때문에 도망 치지를 못했다. 하지만 사춘기가 오고 대디 러브가 아이들을 죽이는 열두 살이 되면서부터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이 알게 됐기 때문에 혼자 궁리하며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어른이었다면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했을 테고 방법을 찾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로비는 누군가에게 기대야만 살 수 있었던 아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살아있는 생명이지만 스스로 생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납치된 아이는 현실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넓고 미친 인간은 너무나 많다. 돈 때문에 아이를 유괴하는 범죄자만 있는 게 아니라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납치를 하는 미친 자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러운 소아성애자 역시 많다. 그래도 미국은 아동 범죄에 엄격한 나라라 다행이지만 우리나라는 온갖 범죄에 관대해서 뉴스에서 아이 관련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이놈의 나라가 싫어지기까지 한다. 제발 이런 사건은 엄중한 처벌을 내렸으면 좋겠다.

유괴와 소아성애라는 점 때문에 분노를 느끼긴 했지만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게 아니었다. 로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는데 이후 무사히 다이너와 위트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소설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잃어버린 6년이라는 세월을 보상할 방법이 없었고 찾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가 중학생이 될 나이가 되어 돌아온 시간 동안 경험으로 인해 인격이나 습관, 성격 등은 이미 형성되어 바꿀 수도, 새로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로비가 다섯 살 때 그랬던 듯 평범한 가정의 모습처럼 보이길 바라지만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결말이 너무나 씁쓸했다. 아이의 삶은 이제 시작인데 돌이킬 수 있는 지점을 지나 망가져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그 모습을 보는 다이너의 감정이 느껴져 더욱 씁쓸한 결말이었다.



​​​​​​​

대략 40퍼센트의 고아들이 안락사를 당한단다. 부모들이 버렸는데 입양하려는 사람이 없는 아이들 말이야. 너는 더럽게 운이 좋아. 대디 러브가 널 선택했으니까. - P149

아들은 모든 게 밝고, 반짝이는 눈망울로 대디 러브의 사랑을 갈구할 뿐이었다. 사랑이 아프고 힘들고, 몸에서 피가 흘러 이불보를 적신다 해도 그랬다. - P269

그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건 당연했다. 절박한 이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이 절박하다는 증거다. - P276

로비가 살았던 지옥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어. 심판할 수도 없어. - P3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