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 북클럽 브로맨스 북클럽 1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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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선수 개빈은 허름한 호텔에 2주째 처박혀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들이붓고 있다.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한 사랑하는 아내 세아가 개빈에게 이혼하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개빈은 세아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어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세아가 어떤 부분에서 연기를 했다는 점이 그에겐 큰 상처가 됐다. 그래서 일단 회피하려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이혼하자는 통보를 받게 된 것이었다.

 

개빈의 소식을 들은 같은 팀 동료이자 절친인 델이 여러 남자들을 끌고 호텔에 쳐들어 왔다. 다들 이름만 들으면 아는 운동선수, 사업가였고, 개빈도 아는 친구와 동료,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누군가가 있기도 했다. 델은 개빈에게 자신을 포함한 이 사람들 모두 결혼 생활이 한때 위태로웠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절친 델이 그랬다는 걸 믿기 어려워하는 개빈에게 그는 자신들의 북클럽 덕분에 결혼 생활이 신혼 때처럼 좋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빈에게도 북클럽에 들어와 세아와의 관계를 회복하라고 제안했다. 세아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던 개빈은 당연히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때부터 개빈은 생전 읽어본 적도 없는 로맨스 소설을 읽게 된다.

 

 

 

 

이혼 위기에 처한 개빈과 어렸을 때의 일로 남자를 온전히 믿지 못했던 세아의 결혼 생활을 구제해 주기 위해 남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소수 정예 북클럽 멤버들이 뭉쳤다. 책으로 어떻게 현실적인 이혼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의아했는데, 남자들은 이게 뭐냐며 읽을 것 같지도 않은 로맨스 소설이 그 타개책이 되었다. 그것도 18세기 영국 로맨스였다.

학생 때 순정 만화는 엄청 많이 읽었고 지금도 로맨스 웹툰을 보는데, 로맨스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특히나 "할리퀸 로맨스"라는 유명한 시리즈는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읽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 도망치듯 나온 개빈은 아내와 딸들이 사는 자신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아빠가 당연히 원정 경기 혹은 훈련에 갔을 거라고 생각한 딸들은 개빈을 반겨줬으나 세아와 세아의 여동생 리브는 왜 돌아왔냐는 눈빛으로 싸늘하게 대해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개빈은 꿋꿋하게 세아와 협상을 하고 서로 조건을 내세우며 정해진 기간까지는 같은 집에서 얼굴을 마주하기로 했다.

덩치는 산만 하지만 아내에게는 꼼짝 못 하는 남편의 모습이라 톰과 제리를 보는 듯했다. 함께 산 지 3년이나 되었는데 세아에게 쩔쩔 매는 개빈이 안쓰러웠지만 귀엽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같은 집, 다른 방에서 살게 되면서 부부 사이의 문제가 뭐였는지 정확하게 밝혀졌다. 세아가 여태껏 침대에서 오르가슴을 느낀 것처럼 연기한 걸 개빈이 알아챈 것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서 세아 아버지의 일이 자식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개빈이 진짜 불쌍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남자로서는 자존심이 엄청나게 상할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 문제를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풀어가기 시작하는데, 세상에나 이렇게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글은 처음이었다. 읽다가 당황해서 책표지가 안 보이게 뒤집어 놓기도 했다.(책표지가 내 취향과 맞지 않기도 함.) 성인이 된 지 오래되어 19금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는 나이임에도 깜짝 놀랄 수위였다. 영상으로 보는 것과 달리 글로 읽은 적이 없어서 그런가 신선한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얼굴도 잘생기고 운동선수라 몸도 엄청 좋은 남편이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데 아내가 넘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버지로 인해 신뢰를 갖지 못했던 부분까지 모두 해결하여 당연히 해피엔딩을 맞이한 결말을 보여줬다.

깊이를 기대하지 않고 가볍게 읽으려고 고른 조건에 부합했던 책이었다.

 

 

 

"로맨스 소설은 원래 여자들이 여자들을 위해서 쓰는 거야. 때문에 거기엔 온통 여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길 바라는지, 삶과 관계에서 어떤 걸 원하는지에 관한 것들 천지야. 우리가 이걸 읽는 건 우리 자신을 좀 더 편하게 표현하고 여자들의 관점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야." - P51

"너희 둘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는 거야." 그는 책을 가리켰다.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 네 아내가 쓰는 말을 배우게 될 거야."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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