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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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및 간략한 내용

 

전건우 × 프롤로그 & 에필로그 별 볼 일 없는 20대 세 친구 중식, 현우, 태영은 우연히 주운 권총을 사용해 현금수송차량을 털기로 한다. 세 친구 중에 제일 머리가 좋은 현우가 완벽한 계획을 짜 뒀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자 계획은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다. 현금수송차량에 탄 사람이 세 명이라 알고 있었는데 네 명이라 묶을 끈이 부족했다. 트럭은 오토가 아닌 스틱이라 운전을 할 수도 없었으며, 돈 가방을 들고 도망치는데 어마어마하게 무거워 죽을 만큼 힘이 들었다. 세 친구는 "어위크"라는 편의점에 일단 들어가 아르바이트생 한주를 인질로 잡는다.

정명섭 × 대화재의 비밀 얼마 전 경운궁에서 화재가 나 전각들이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그 잔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평리원 검사 이준을 "손탁 빈관"의 손탁 여사가 찾았다. 화재 사건과 관련하여 일본 공사관 측이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는 소식을 들은 손탁 여사는 이준에게 사건을 파헤쳐 달라고 하며 통역으로 박에스더를 붙여주었다.

 

김성희 × 옆집에 킬러가 산다 14살에 미국에 팔려가 킬러로 길러진 "나"는 사건 의뢰를 받아 한국에 돌아왔다. 산업 스파이를 찾아내 살해하는 임무라 의심되는 사람의 아파트 옆집에 살게 된 나는 온갖 훈련으로 숙련된 킬러였는데도 도통 참을 수가 없다. 층간 소음은 물론 벽간 소음으로 인해 좌우, 위아래, 대각선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지 않아도 낱낱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노희준 × 당신의 여덟 번째 삶 어떤 노인 앞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나타났다. 자신의 복제인간인 줄 알았지만 그는 아니라고 말하며 노인이 만든 타임머신을 통해 죽은 아내 클라라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신원섭 × 박 과장 죽이기 수진은 민에게 남편 박 과장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민은 수진의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인 줄 알고 보험금에서 1억 원만 떼어달라고 했지만, 수진은 왠지 진심인 것 같다. 그리고 얼마 후, 수진과 박 과장, 민은 함께 출장을 가게 됐다. 평소에는 그럴 일이 없는 수진이 물건을 두고 오고 박 과장의 천식약을 바꿔 가지고 온 걸 보니, 민은 오늘이 디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진에게 그때의 대화를 언급하지만 무슨 소리냐는 듯한 시선만 받는다.

강지영 × 러닝패밀리 고등학교 교사 다영은 요즘 아이들이 "러닝패밀리"라는 게임에 매달리고 있는 걸 이해할 수 없다. 게임 속 캐릭터가 죽으면 그 숫자만큼 사람이 사라진다는 도시괴담을 도통 믿을 수가 없는데, 아이들은 철석같이 믿으며 캐릭터가 죽으면 슬퍼서 울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 핸드폰이 없어서 게임을 하지 않는 유일한 아이 선우가 얼마간 학교에 나오지 않아 다영은 집에 직접 찾아간다. 재개발 예정지라 사람이 살지 않은 것 같은 동네에 있는 선우의 집에 찾아갔더니, 안방에 있는 기이한 구멍에 선우의 팔 한쪽이 빠져있었다.

 

소현수 × 아비 보영의 남편 병철은 음주운전 사고로 어린 여자아이를 치여 죽이고 본인도 즉사했다. 그 사고 이후로 보영은 밤마다 병철이 소름 끼치는 귀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꿈을 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여자아이의 이모라는 호희가 찾아온다. 사죄의 말을 꺼내는 보영에게 호희는 꿈을 꾸지 않냐고 묻는다. 놀란 보영이 꿈 이야기를 하자, 아이의 할머니이자 자신의 신어머니인 무속인 태령이 병철에게 복수를 하며 고쳐 죽이고 있다고 했다. 영원히 갇혀서 고통받는 무간지옥, 아비라고 했다.

정해연 × 씨우세클럽 세븐위크 유통체인 회장 백광우가 성희롱과 안하무인으로 기사에 오르내렸다. 뉴스를 본 시민들은 자회사 중 한 곳인 "어위크" 편의점 불매 운동에 나섰다.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진 것에 불만을 가진 편의점 점주 다섯 사람이 "씨우세클럽"을 만들어 백광우의 이미지를 회복시킬 작전을 짰다. 계획이 나름 성공해 매출은 그나마 회복되었지만 백광우가 언제 또 사고를 칠지 몰라 전전긍긍해 한다. 그러는 와중에 백광우가 씨우세클럽 멤버들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여덟 명의 작가가 쓴 단편소설은 이렇다 할 공통점이란 것은 없었다. 배경은 대한제국부터 현대, 언제인지 모를 미래까지 다양했고, 장르도 SF와 추리, 스릴러, 오컬트, 멜로 등 가지각색이었다. 단 하나의 공통점은 어위크 편의점이 적어도 1회는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등장하는 편의점이었지만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단편집이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편의점으로 이야기의 문을 열고 닫았다. 인질로 잡혔지만 왠지 모르게 여유로워 보이던 아르바이트생 한주가 들려주는 일곱 가지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한주의 이름이 "어위크"와 같은 뜻이란 걸 리뷰를 쓰면서 깨달았다.

 

워낙 장르가 다양해서 각각의 매력이 있던 단편소설이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공감되고 웃겼던 건 김성희 작가의 <옆집에 킬러가 산다>였다. 갖은 훈련을 받은 능숙한 킬러조차 무너뜨리고 분노할 뻔하게 만들 만큼 아파트 소음 문제는 심각했다. 이웃들의 소음이 어찌나 다양했는지 모른다. 발을 쿵쿵대는 건 기본이고 술 파티, 아동 학대,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음란행위까지 화가 나고도 남을 이유였지만, 킬러는 각고의 노력으로 참고 또 참다가 나중에 펑 터트렸다. 그 장면이 정말 속 시원했다. 특히 음란행위를 일삼던 직장인이 제일 쌤통이었다.

비슷하게 웃겼던 건 <씨우세클럽>인데, 대기업 회장이나 임원의 갑질 행각이 실제로 여러 번 터져서 그런지 왠지 공감됐다. 돈이 많다고 사람들을 모두 발밑에 두고 행동한 이런 인간들로 인해 괜히 가맹점 사장들만 피를 본다. 회장이 사고를 치지 않게 막으면서 미화시키려고 하는 씨우세클럽 멤버들의 노력이 괜히 안타까웠다. 추리를 기본으로 하며 나름 코믹한 부분도 있어서 가볍게 읽었다.

 

<대화재의 비밀>은 역시 추리 장르인데 짧게 끝내기엔 왠지 아쉬웠다. 실존 인물인 독립운동가 이준 선생님과 손탁 여사가 등장해 화재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역사에 허구를 담은 팩션이라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아비>는 섬뜩해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남편을 몇 번이고 죽이는 태령의 묘사가 정말 무시무시했다. 음주운전으로 자신과 어린아이를 죽인 남편이 영원히 고통받는 아비, 그곳에서 조카의 혼과 원망스러운 남편을 구하려고 하는 호희와 보영의 모험이 제법 스릴 있었다. 그러고선 마지막에 뒷골을 서늘하게 만든 결말이 충격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무섭다.

 

셰에라자드의 천일야화처럼 이 소설은 이레야화였다.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던 한 편을 제외하고는 읽는 동안 각각의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이름도 낯설었던 작가들도 알게 되어 좋았다.

 

 

 

"전 여러 이야기를 알고 있어요. 아주 다양한 이야기들. 분명 들으면 재미있어 하실 거예요." 전건우 <프롤로그> - P39

모든 사람은 연결되어 있어서, 모두가 모두를 위해서 살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어. 노희준 <당신의 여덟 번째 삶>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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