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매드 시리즈
클로이 에스포지토 지음, 공보경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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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사는 앨비(앨비나)는 모델처럼 멋지고 섹시한 남자 암브로조와 결혼 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사는 쌍둥이 언니 베스(엘리자베스)의 메일을 받는다. 자기네 집에 꼭 놀러 오라면서 부탁할 게 있다고 했다. 앨비는 메일을 무시했지만 베스는 몇 번이고 똑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그래도 앨비는 갈 생각이 없었다. 좋아하지는 않아도 일단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란성 쌍둥이인 베스를 안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계정으로 포르노에 관한 트윗을 하는 바람에 잘리고, 셰어하우스에서도 쫓겨나 내일 당장 방을 빼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베스가 있는 이탈리아로 향한다. 그것도 베스가 예약해 준 비즈니스석에 앉아 공짜 샴페인을 마시면서 말이다.

 

공항에 마중 나온 형부 암브로조의 차를 타고 도착한 언니 부부의 집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호화로웠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베스는 어릴 때부터 그랬듯 외모는 같아도 앨비보다 묘하게 더 예쁘고 우아해 보였다. 거기다 베스에겐 어니라는 예쁜 아들이 있고, 가정부 겸 유모도 있으며, 옷장에는 눈이 번쩍 뜨일 명품으로 가득 차 있다. 앨비는 언제나처럼 속으로 베스를 시기했다.

 

도착 둘째 날이 되자 베스는 부탁이 있다면서 몇 시간만 자기 행세 좀 해달라고 했다. 얼굴은 같아도 분명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기 때문에 앨비는 거절했지만, 베스가 몇 시간만 된다고 하면서 예쁜 명품 샌들을 주겠다고 하길래 그렇게 하기로 한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옷을 바꿔 입고 머리 모양과 화장, 네일까지 완벽하게 서로의 모습으로 꾸민다. 베스는 어니를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나가고, 베스의 행세를 하는 앨비는 언니의 남편과 단둘이 집에 남게 된다.

 

소설이 시작되기 전, 앨비는 자신의 쌍둥이 언니 베스와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장르가 스릴러라는 걸 알고 있었고 베스가 죽어서 앨비가 언니 행세를 한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려나 싶었다.

사건이 중요 포인트라기보다는 앨비의 존재 자체가 굉장하고 과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하자면, 내가 읽은 소설 주인공 중에 최고의 또라이이자 미친 여자가 바로 앨비였다. 프롤로그 부분이 지나고 앨비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까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포르노를 보고 그걸 회사 계정에 트윗하는 모습을 보며 이 여자는 얼마나 미쳤나 싶어 당황했는데, 나중엔 그 정도는 약과라는 걸 보여줬다. 상상초월의 또라이라서 중반까지는 왜 이러나 싶었다. 감정이 널을 뛰는 것은 그러려니 했는데 미친 사람처럼 굴다가 갑자기 예상 밖의 행동을 해서 황당했고 또 웃기기도 했다. 여태까지 본 적 없는 특이한 캐릭터라 나중엔 신기해서 좀 재미있기도 했다.

 

역할을 바꿔 서로의 행세를 하다가 베스가 사고로 죽은 뒤부터 소설은 제정신 아닌 여자의 섹슈얼 스릴러로 흘러갔다. 베스가 암브로조와 만나기 시작했을 당시인 8년 전에 앨비는 그와 잤고 심지어 임신까지 했으나 아기를 잃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차별을 받으며 살아와서 오랫동안 베스를 시기했던 앨비는 언니가 암브로조와 결혼해 누리고 있는 지금의 삶이 원래는 자기 것이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베스가 살아있을 때는 아무리 역할을 바꾸고 있더라도, 암브로조가 탐이 나더라도 끝끝내 피해 다녔는데, 언니가 죽고 난 뒤에 그와 섹스를 했고 베스와 바람을 피우던 옆집 조각가 살바토레와도 잠자리를 가졌다. 심지어는 또 다른 남자와도 자면서 욕구를 충족해나갔다.

앨비가 회사에서 포르노를 볼 때부터 알아봤는데 예상보다 더 색광이었다. 앨비는 정말이지 육욕에 충실한 노예였다. 거기다 생각하는 방식이 정상이라고 볼 수 없었고 나중엔 살인 본능에 눈을 뜨기까지 했다. 진짜, 진심으로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다.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냈는지 작가가 좀 궁금했다.(감사의 말에 엄마, 아빠에게 책을 읽지 마시라고 써놓은 게 포인트!)

 

렇게 본능에 충실한 앨비는 살인에도 맛이 들려 앞길을 가로막는다 싶으면 다 죽이게 되는데, 수습은 암브로조의 친구 니노가 다 했다는 것도 좀 웃겼다. 아무 생각 없이 살인을 하는 바람에 경찰이 집에 찾아오기도 하고, 암브로조가 마피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마지막엔 3천만 달러짜리 그림 사건도 일어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망치게 되는데, 무지갯빛 인생을 손에 넣을 뻔하다가 고대로 빼앗기는 바람에 분노한다.

앨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은 그 사람은 끝까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아무래도 앨비가 너무 굉장한 캐릭터라 잡을 때까지 쫓아다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캐릭터가 앨비의 육욕을 가장 만족시켜준 사람이라 더욱 집착하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리뷰를 통해 먼저 접했는데 결말을 맺다가 말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궁금해져 찾아보니 3부작이라고 한다. 작가가 이런 특이한 캐릭터를 한 번으로 끝내기엔 아쉬웠나 보다. 2부 <배드>는 출간됐고, 3부 <댄저러스 투 노우(Dangerous To Know)>는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소설이 영화로도 나온다고 한다. 과연 어떤 배우가 이 미친 앨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상하고 특이한 앨비의 다음 이야기도 곧 읽어봐야겠다.

사람들은 쌍둥이가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며 초자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영원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쥐뿔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개소리 그만 좀 하길. 모든 면에서 나보다 뛰어난 도플갱어의 그림자에 가려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누가 좋아할까? - P66

난 이제 베스다. 난 안전하다. 여기서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다. 살아 있는 것도 나다. 암브로조가 나를 베스라고 생각하는 한 괜찮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베스로 살 것이다. 베스보다 더 베스답게. - P252

완벽한 살인이자 내 두 번째 살인이다! 나는 워낙 빨리 배우는 사람이다. 이 일도 꽤 쉽게 해내고 있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프로처럼 숙련되게……. -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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