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세트 - 전3권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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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57년 가을.

메인 주 데리에 엄청난 비가 쏟아져 홍수가 난 어느 시기, 6살 조지는 4살 많은 형 빌이 만들어준 종이배를 가지고 밖에서 놀다 들어오기로 했다. 빌은 며칠째 앓고 있는 독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 남아있어야 했기에 조지는 혼자 밖으로 나간다. 비가 내리는 골목에 종이배를 띄워 따라다니던 조지는 배가 갑자기 배수구로 들어가 버려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런데 배수구에서 노란 눈의 광대가 종이배를 들어 보이며 조지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얼마 후, 조지는 그것에게 한쪽 팔이 뜯겨져 사망하고 만다.

 

1985년.

데리에 다시금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폭행치사 사건으로 체포된 가해자들과 목격자는 광대를 봤다는 진술을 하지만, 경찰들은 그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가해자들의 형량이 가벼워질 것을 우려한 탓이었다.

데리에 남아 사서로 일하며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조사하던 마이클은 고향을 떠난 친구들에게 연락해 그것이 나타났으니 다시 모일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고 지냈던 빌, 비벌리, 리처드, 벤, 에디, 스탠리는 전화를 받은 후 조금씩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마이클의 연락을 받고 손목을 그어 자살한 스탠리 외에 다른 친구들은 곧바로 데리로 향한다.

 

1958년 여름.

친구가 없는 벤은 동네 양아치인 헨리 일당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빌과 에디를 만난다. 셋의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리처드, 스탠리, 비벌리, 마이클이 차례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것을 무찌르려고 한다.

 

 

 

아역과 성인을 주인공으로 한 두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선 뒤늦게 소설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어떤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자연스레 배우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읽었는데, 소설에 묘사된 성인은 배우들의 이미지와 달라 그러지 못했다.(빌이 대머리라니...)

 

조지의 사건 1년 후, 모두 일곱 명의 아이들이 저마다 끔찍하지만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들이 이렇게 필연적으로 모이게 된 이유를 깨닫는다. 광대를 비롯해 늑대인간, 기이한 새 등 온갖 것으로 외형을 바꿀 수 있는 "그것"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11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시대적 배경이 1958년이었으니 정보를 얻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이 아이들의 중대한 임무에 훼방을 놓는 미친 자 헨리도 있었다. "그것"보다 더 끔찍했던 게 바로 헨리였다. 미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미친 종자였다. 아버지가 그 모양이었으니 약 먹은 망아지를 통제할 길이 없었고, 나중엔 그것에 씌어 제대로 된 돌은 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어릴 때부터 성인까지 말이다.

 

아이들을 방해하는 건 그것과 그것의 조종을 받아 움직이는 헨리의 비중이 제일 높았는데, 때로는 아이들의 부모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병균이나 몸이 아픈 것에 질색하는 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온갖 약을 먹고 천식 때문에 호흡기를 늘 소지해야 했던 에디는 사실 천식이 없었다. 조지가 죽은 뒤, 빌의 집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라앉아 부모는 하나 남은 자식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빌이 분위기를 띄워보려 해도 침묵은 온 집안을 점령했다. 그리고 비벌리의 아빠는 은근슬쩍 딸을 압박하고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벗어나고 싶은 환경이었다.

무관심과 지나친 관심, 그리고 딸아이를 더러운 시선으로 보는 등 가정에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왕따 클럽 아이들은 서로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그들이 잊어버린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가며 그것에 다시 맞서 이번에는 완전히 끝내기 위해 움직이지만, 그것 역시 칼을 갈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변수였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헨리를 바깥으로 나오게 하고, 비벌리의 미친 남편 톰과 빌의 아내 오드라까지 데리로 끌어들여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28년 전에 큰 피해를 입히긴 했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던 그것을 이번에야말로 물리칠 수 있었던 건 오랫동안 잊고 있었지만 깊이 새겨진 우정과 간절함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트라우마로 스스로 생을 끊어낸 스탠리와 그것에게 제일 먼저 당해 병원에 실려간 마이클을 위해 남아서 힘을 합친 우정이었다. 평범한 우정을 뛰어넘는, 서로에 대한 사랑도 있었고 현재의 그들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간절함도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것의 끝없는 공격에도 포기하지 않으며 이겨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난 뒤, 다시금 망각의 길에 접어드는 게 너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서로를 향한 기억의 조각이 모두의 마음속에 조금은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세 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각 권당 600페이지가 넘는 줄은 몰랐기 때문에 읽다가 좀 지쳐서 일부러 천천히 읽기도 했다. 뭘 보거나 읽을 때 몰입을 잘하는 편인데 푹 빠져 일주일 내내 공포소설만 읽으며 영화 속 페니와이즈를 떠올리다 보니 정신이 피폐해졌다. 앞으론 두 권 이상의 책은 좀 나눠서 읽어야겠다.

물론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다. 정교하게 설계된 공포소설이라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외딴 숲에서 괴물을 만나 붙잡히면 잡아먹힌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그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괴물들이 인간을 잡아먹으며 사는 걸까? 3권 - P223

"비벌리, 친구들을 이곳으로 데려와 함께 떠다니자. 이곳에선 모두 떠다닌단다. 빌에게 조지가 안부 전해 달라고, 너무 보고 싶어 곧 찾아갈 거라고 전해 주렴. 조지가 피아노 줄을 가지고 벽장에 있다가 빌의 눈을 찔러 버리겠다고 전해 주렴……." 2권 - P26

그 아이들을 보기 위해 뒤돌아볼 필요는 없다. 이미 마음 한편으로 그들을 영원히 볼 수 있으며, 그들과 함께 영원히 살며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들을 위해 마음속에 가장 좋은 자리를 애써 마련할 필요도 없다. 이미 그들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얘들아, 너희를 사랑한다. 진심으로 사랑한다. 3권 - P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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