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하드커버 에디션)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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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헤이즐은 갑상선암이 폐에 전이되어 숨을 쉬기 위해서는 늘 산소 탱크를 끌고 다녀야 한다. 밖에 좀처럼 나가지 않는 헤이즐을 걱정하는 엄마가 주치의 선생님께 데려가는 바람에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 지하실에서 열리는 서포트 그룹 집회에 참석하게 된다.

주기적으로 집회에 참석하던 어느 날, 안암에 걸린 아이작의 친구 어거스터스가 나타난다. 누가 봐도 멋진 어거스터스는 처음 본 순간부터 노골적으로 헤이즐을 쳐다본다. 집회가 끝난 뒤, 헤이즐은 잘생긴 데다 총명하고 말도 잘하는 어거스터스에게 관심이 생기고 둘은 이내 친구가 된다.

 

헤이즐은 어거스터스의 도움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 피터 반 호텐의 메일 답장을 처음으로 받고, 그가 사는 네덜란드에 초대를 받게 된다. 아픈 아이들을 위한 소원을 쓰지 않았던 어거스터스 덕분에 헤이즐은 엄마, 그와 함께 네덜란드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더이상 어거스터스를 향한 마음을 감출 수 없게 된다.

 

 

 

헤이즐은 3년 전에 학교를 그만둔 후,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지고 집에서만 있는 시간이 너무나 길어졌다. 밖에 나가려면 산소 탱크를 끌고 나가야 하는 게 번거롭기도 했고, 사람들의 시선 때문인 것도 같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룹 집회에 참석한 후로는 매주 꼬박꼬박 출석하게 됐고 덕분에 어거스터스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골육종 판정을 받아 한쪽 다리를 잘라낸 뒤 의족을 끼고 다녔다. 하지만 그건 어거스터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반짝반짝 빛나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존재였다.

 

아직 10대지만 병 때문에 마음만큼은 어른이 되어버린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아이작이 안타까웠다.

헤이즐은 짧은 생을 사는 동안 암 때문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게 어려워졌다. 그리고 아픈 자신의 곁에 계속 붙어있으려고 하는 엄마의 인생을 걱정하기도 했다. 혹시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엄마에겐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힘이 남아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지만 아이들이 이 정도까지 아파야 하나 싶었다.

어거스터스와 아이작은 사랑에 푹 빠져 있었다. 어거스터스는 좋아하는 헤이즐을 위해 답장을 해주지 않는 작가에게 답을 받아내 함께 여행을 갔고, 안암으로 양쪽 시력을 모두 잃게 된 아이작은 자신을 차버린 여자친구가 밉긴 해도 아직까지 사랑하는 듯했다.

 

어거스터스가 처음부터 헤이즐에게 마음이 있었는데 그녀는 은근히 피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로선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싹둑 잘라낼 수는 없었다.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을 위해 아껴둔 소원까지 쓰며 네덜란드로 데려가 줬고, 진지한 얼굴로 마음을 담은 고백을 했다. 덕분에 둘은 연인이 되지만 비극은 느닷없이 닥쳐왔다.

 

보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의 정보를 읽은 적이 있어서 대강 무슨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는데, 후반의 전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 깜짝 놀랐다. 소설의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고,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버릴 줄은 몰랐다. 암이라는 게 얼마나 갑작스러운지, 얼마나 무서운 건지 느낄 수 있었다.

 

삶을 누리고 사랑하는 일조차 아픈 그들에겐 쉽지 않았기 때문에 안타깝고 슬펐다. 그리고 이런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테지만, 어느새 받아들이고 덤덤하게 끝을 맺는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가늠할 수도 없다. 자신 혹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삶이 마음을 무너지게 했다.

 

함께 있을 때 더없이 생기발랄했던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반짝이던 행복이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난 진정한 사랑을 믿는다고, 알지? 모든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자기 눈을 갖고 있을 거라든지 한 번도 아프지 않을 거라든지 그런 건 믿지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진정한 사랑을 갖게 될 거라는 거, 그리고 최소한 그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유지될 거라는 건 믿어." - P83

사람들은 암환자들의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도 그런 용기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몇 년이나 바늘로 찔리고 칼로 찢기고 약물을 투여당하면서 어떻게든 버텨 왔으니까.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그런 순간마다 나는 매우, 대단히 기쁘게 죽어버리고 싶었다. - P114

내가 죽어도 그가 괜찮을지 알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끔찍한 타격을 주는 수류탄이 되고 싶지 않았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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