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브런치 시리즈 1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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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세계문학 브런치>로 브런치 시리즈를 처음으로 읽어봤는데, 나름 유익했던 터라 이번엔 다른 시리즈를 읽어봤다. 그동안 내가 안 읽은, 아마도 처음 읽는 것 같은 철학에 관한 주제로 쓴 책이었다.

 

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어려울 것 같은 선입견이 먼저 생기는데, 역시나 선입견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이론은 쉽게 읽을 수 있었던 반면, 현대로 가까워져 올수록 오히려 더 어려웠다. 이게 대체 뭔 말인지 싶어서 철학자의 책에서 옮긴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기도 했다. 그나마 작가 나름의 해석을 통해 의문은 좀 가시긴 했으나 100% 이해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게 참 난감하다.

 

 

 

"철학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사람 중에 한 명인 소크라테스는 본인이 쓴 저서가 단 한 권도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을 알 수 있었던 건 그의 제자 플라톤 덕분이란다. 제자를 잘 둬서 기원전에 살았던 인물이 21세기에도 널리 알려진 셈이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 관한 내용은 솔직히 좀 짜증이 났다. 누군가가 어떤 이론이나 명제를 제시하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며 그의 말이 틀렸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하는데, 읽고 있는 나도 짜증 나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열받았겠다 싶었다. 그래서인지 소크라테스의 정적이 많았다고 한다. 큰 죄가 아니었음에도 독주를 마시는 사형 판결을 받았으니, 말꼬리 잡는 문답법이 소크라테스의 인생을 낚아채버리고 말았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을 스승으로 모신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여러 과학 용어들을 처음 사용했고, 그의 저작을 통해 유명해졌다고 한다. 과학, 에너지, 진공, 제5원소 등의 물리·화학 용어, 생물학, 삼단논법 등의 문학·논리학까지 굉장히 많은 용어들을 확립시켰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팍스 로마나"를 이끈 오현제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을 이끌며 스토아철학의 정수라 불리는 <명상록>을 남겼다. 철학과 인문학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능력 있는 자를 양자로 들여 왕위를 계승하는 전통을 깨고 자신의 친자인 코모두스에게 넘기는 바람에 로마를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게 당황스럽다. 철학자도 자식 일에는 어쩔 수 없다.

 

근대 철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이원론에 관한 부분은 글만 읽어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정신과 육체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분리할 수는 있지만, 정신과 육체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게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트랜센던스>, <아바타>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하니 단번에 이해가 됐다. 눈높이에 맞춘 이런 설명 정말 환영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블레즈 파스칼이 신학에 대해 남긴 생각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었지만, 어떤 말은 정말이지 너무 공감이 됐다.

"우리의 존엄성은 전부 사유 안에 있다. 그것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고양해야 한다."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압적이다."

 

독일 관념론을 완성시킨 임마누엘 칸트의 정언명령은 들어본 적은 있었으나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책의 설명을 통해 이번에 알게 됐다.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글은 그냥 읽었다. 언젠가는 다시 접하게 될 기회가 있겠지 싶다.

 

 

 

철학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주일에 한 번 철학 수업이 있었던 게 기억났다. 수업 시간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딱 하나 기억나는 건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주제로 글을 쓰게 하고 몇 명 뽑아서 발표를 시켰던 것이었다. 그중에 나도 뽑혀서 반 아이들 앞에서 낭독했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발표였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진짜 뭘 배웠지?)

 

철학이란 그만큼 머리에 잘 안 들어오는 학문인가 보다. 사유의 바다에 깊이 빠져 고뇌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철학을 접하고 나면 나중에 다른 철학 책을 조금은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도무지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래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로 했으니까 나중에 좀 더 쉬운 책으로 다시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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