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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집짓기 -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으로 좋은집 시리즈
구본준.이현욱 지음 / 마티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꽤 늦은 나이까지 일반 주택에서 살아봤다는 남편은 아파트가 최고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5살 정도까지, 그리고 또 2-3학년 때,
일반 주택에서 살아보고 나머지는 다 아파트에서 살아본 나는 
어디든 살면서 집값 많이 올라가는 곳이 장땡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미국, 전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살았던 소도시의 미국은
아파트라고 해봐야 대부분 2층짜리 건물이었고,  
이런 아파트는 "내 집"이라는 개념보다는
(이런건 "콘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콘도와는 좀 개념이 다름)
"월세를 내고 빌려 사는 집"의 개념이었다.

대부분의 주거공간은 일반 주택이었다.
앞에는 마당이 넓게 펼쳐져 있고(이 마당이 넓을수록 집값이 비쌈)
사시사철 푸른 잔디가 있었다.
한겨울에도 눈을 걷어보면 잔디가 쌩쌩하게 있어서 참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앞마당을 가로지르는 sidewalk은 집주인이 관리해야 하지만 누구든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고
(실지로 겨울에 눈온 거 안 치웠다가 누가 거기서 넘어져 다치면 집주인이 병원비 내야한다고)
뒷마당에도 집마다 다르겠지만 정원도 가꾸고 텃밭도 일구고 애들 놀이터도 꾸미고 등등..
크기에 상관없이 아, 저런집에서 애 키우며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무엇보다 아이가 나가서 놀고 싶다고 하면 뒷마당에 풀어놓고 나는 유리창 안쪽에 앉아
커피나 마시며 지켜볼 수 있다는, 그리고 맘껏 뛰놀아도 누구하나 뭐라하지 않는
그 안정감과 편안함이 너무나 부러웠다.

언젠간 꼭 저런 집에서 살리라 했는데 남편이 반대했다.
개인주택에 살면 집주인이 다 알아서 수리하고 처리하고 치우고..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면서.
당장, 눈오면 눈은 누가 치울것이며 적어도 2주일에 한 번 잔디 깎는 일은 누가 할것이냐고
(당연히.. not me!) 흥분했다. 흠..

그러다 귀국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제일 안전하고 안 춥고 손도 안가고..
애들 맘껏 뛰어놀게 하고프면 1층을 선택하면 되지 했는데
그럼 도둑 들기 쉽다고 하고 냄새 많이 난다고 하고 너무 시끄럽다고 하고..
뭐, 아파트 사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하면서도
"미국"하면 떠오르는 Holly 할머니 집과 내가 베이비시터했던
선생님 집이 가장 먼저 떠오르며 여전히 로망으로 남아있다
(생각해보니 둘 다 그 인근에서 가장 비싼 동네. -_-).

그림같은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는(the size doesn't matter) 로망을 품고
나는 여전히 아파트에 산다.

그리고 이 책은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생각보다 편리하게,
생각보다 친환경적으로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을 제시한다.
땅콩집이라고 하길래 뭐 거창한건가 했는데 주 설명은 저자가 지은, 
미국서 흔히 봤던 Duplex(듀플렉스)다.
크게는 집 하나인데 그게 반으로 나눠져 있어서 두 집이 마당을 공유하고
집은 나눠져 사용하는 것.

듀플렉스도 방문해본 적이 있다.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창문마다 비닐을 두르고도 스웨터 잔뜩 껴입고 덜덜 떨던 추운 기억,
눈 오면 눈 치우는데 시간이 없어 한 번에 10불 주고 동네 애들 시켰더니
눈이 많이 와서 한 달도 안 돼 벌써 100불이 나갔다는 주인의 푸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애 친구네 집이었는데 층간 소음은 없지만
벽간 소음이 장난이 아니라고 푸념하던 것도 생각이 난다.
책 읽다보니 어쩌면 듀플렉스의 문제가 아니라
날림 공사의 문제였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만,
그래도 아마 미국에 더 오래 살았다면 아파트 대신 듀플렉스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어서!
더 솔직하자.. 아이가 뛰어놀 때 내가 졸졸 쫓아다니지 않고
그냥 집 안에 앉아서 지켜만 봐도 된다는 매력,
그거 하나다. 나란 뇨자, 귀차니즘에 잔뜩 빠진 뇨자.. -_-

미친듯이 뛰는 집값, 아니 아파트 값을 보며 한숨을 쉬자니 이런 대안이 나온다는게 참 반갑다.
돈만 있다면 남편 설득해서(안되면 협박이라도..) 집 지어 이사가고 싶을 정도로.

참신한 생각과 화끈한 추진력이 일구어낸 성과가 계속 인기가 많아져서
"집=아파트"라는 등식에서 벗어나 좀 더 개성있게 다양하게 잘 살 수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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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학 관련 서적을 읽은지 어언.. 몇 년 만인가?!
고등학교 때 정치경제 과목을 거의 독학하다시피 공부한 나로서는
정치고 경제고 마치 한자처럼 좀 겁이 나는 아킬레스건이랄까...

여튼, 경제학 서적이라고 해서 각오하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술술 익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생각보다"이다).

참여정부 시절 비록 전폭 지지자는 아니었으나
도대체 뭐 그리 잘못한다고 저리 욕을 먹어야 하나 의아해했던 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FTA와 파병 문제.
그러니 내가 즐겨가는 카페 책 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는다 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구매해서 읽게 됐다.
내가 우려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데 그걸 대신해준다니 끌릴밖에...

읽으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고 알고 있던 사실도 있었지만
결국 경제도 정치적 입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더 암담한 내 나라며 내 경제상황이라는 생각만이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이 단어가 맞는지 모르겠지만)를 비판하면서
이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지만 일개 소시민인 나로서는 그저
그 분야 똑똑한 사람들이 알아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만 가질 뿐이며
그 분야의 제대로 된(상대적 개념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투표를 잘 해야겠다는 결심만 굳혔다 할 수 있겠다.

처음 시작은 3월에 했는데 끝은 6월 말이나 되어서야 끝냈다.
한참 피치를 올려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책이 사라져버려 읽을 수가 없었다(변명같지만 사실).
뭐, 활달한 27개월짜리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책이었으니 망정이지 차 키나 전화기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할 밖에..

여튼, 경제학에 무조건 거부반응 일으키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원래 이런 류의 책은 밑줄 그어가며 실랄히 비판해가며 내 생각도 빈칸에 막 적어가며 읽는게
제 맛이겠지만 나는 그저 있는 지식도 꿉꿉 삼키기에 바빴다는 사실도 솔직히 고백...

내가 정치경제 선생님만 제대로 만났어도...! (는 급작스러운 안드로메다행 결론) 

 

내 블로그(bibidi.tistory.com)에 쓴 글을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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