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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치밀한 구성, 풍부한 대화, 정확한 통찰력. 작가 J. M. 쿳시의 작품을 설명할 때 앞에 붙여지는 화려한 수식어이다. 200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쿳시는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74년 첫 소설 [어둠의 땅]을 발표하면서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다. 노벨 문학상 수상 경력뿐만 아니라 한 작가에게 두 번 수여하지 않는다는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부커 상을 2회 수상한 최초의 작가이기도 하다.
화려한 수상경력과 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로 J. M. 쿳시 작가를 처음 만났다. 첫 장을 펼쳤을 때 도대체 이 작품을 ‘어떤 방법으로 읽고 소화해내야 하는가?’ 좀 난감했었다. 한 쪽을 3등분하여 맨 위에는 소설 속 인물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을 대변한듯한 에세이가 그리고 두 번째 칸에는 소설 속 인물인 나 즉 세뇨르 C의 독백이 그리고 맨 밑 칸은 소설 속 다른 주인공인 안야가 이끌어 간다.
이 같은 실험적인 방법을 소위 ‘대위법’이라 칭한다고 한다.
[음악에서 대위법이란 둘 이상의 독립된 선율이나 성부를 동시에 결합시켜 일종의 대화 상태를 구축하는 걸 의미하는데, ](255쪽)
처음에는 이 세 가지 각각의 이야기를 그냥 한 쪽, 한 쪽 따라 읽어보려 했다. 한 쪽에 세 가지의 다른 이야기를 함께 실은데는 작가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하지만 결국은 그 방법은 포기하고 각각 소제목이 있고 처음과 끝이 분명한 에세이를 먼저 읽고 그 분량만큼씩 밑의 이야기를 따라 읽는 방법을 택했다. 이야기의 흐름이 중간 중간 끊긴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각각의 에세이의 내용과 소설의 전개상의 어떤 유사점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이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자는 현실과 인식 사이에 선을 그으려고 하는 거야. 하지만 모든 것은 인식이야. 그것은 칸트가 증명했던 거지. 그것이 칸트의 혁명이었어. 우리는 실체에 접근할 수 없어. 그래서 삶의 총체는 결국 일련의 인식이지.](105쪽)
처음에는 난감했던 책읽기가 한 장, 한 장 넘어가면서 놀라운 흡입력을 가지고 푸욱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한 번 읽은 것으로는 뭔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느낌이다. 다른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 책이 재미있으면 작가의 다른 책들로 옮겨가면서 그 작가의 전작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는 같은 책을 다시 반복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제 다시 첫 장으로 넘어가서 작가가 시도한 대위법의 매력을 한 가닥 잡아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