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 권지예 소설
권지예 지음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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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으로 산문집은 빼고 읽었다고는 해도 내가 권지예 작가의 전작읽기를 했다는 것은 착각이었다. 장편소설 [붉은 비단보]가 빠졌다. 아니 정확하게 2005년도까지는 분명 전작읽기를 하고 권지예 작가의 다음 작품집을 기다렸다.

그리고 만나게 된 소설집 [퍼즐]. 마치 오래전에 친하게 지내다가 서서히 잊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난 듯 와락 반가웠다고나 할까.

그런 친구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옛날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세월의 흐름으로 인한 변화 속에서도 전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극단적인 변화는 없다.

하지만 옛날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기도 어렵다.

옳다, 그르다. 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힘‘이란 것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오랜만에 대하는 권지예 작가의 소설은 그 시간의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면, 그것은 나의 착각일까?

혹, 책을 읽는 나의 심리가 4~5년 전의 그 때에서 한발작도 나아가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가 싶다.

 

예전에는 스며드는 물처럼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면 [퍼즐]에서는 불륜이라는 소재가 모두 겉으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 [베드]와 [바람의 말]은 연작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비슷하다. 여기에 [딥 블루 블랙][네비야, 청산 가자]까지.

세상의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로 짐작되는 소설의 주인공들은 해결되지 못한 욕망과 새로운 유혹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한 생을 살아도 서로는커녕 자기 자신도 잘 모를 거야. 그냥 어느 날 삶이 어두운 밤바다처럼 막막할 때가 있었어.] (246쪽)

 

내 삶이 저처럼 막막하게 느껴질 때, 바로 그러한 때 나는 권지예 작가의 소설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녀의 소설이 내게는 완벽하게 뚜껑이 닫혀진 우물 안처럼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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