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사는 곳 - 정인 소설집
정인 지음 / 문학수첩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삶이 참 공평치가 않다.

우리네 삶이 공평해야만 한다고,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정인 작가의 소설집 [그 여자가가 사는 곳]은 참 사람을 쓸쓸하게 만든다. 슬픈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 우리네 삶을 제대로 들여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허망한 일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그냥 저 혼자 내버려두어도 세상살이는 고단하고 외로운 일 일터인데 왜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에게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야만 하는지.

 

[그 여자가 사는 곳]은 그 여자가 사는 곳, 도시의 밤, 타인과의 시간, 늪에서 졸다, 새벽이 올 때까지, 나의 아름다운 마차, 비수, 잔인한 골목, 너는 모른다, 블루하우스. 등 총 10편의 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표제작 <그 여자가 사는 곳>을 비롯해 10편의 소설 모두가 음지에 선 현대인의 비정한 삶을 다루고 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휘둘리는 인생들의 단면을 불편하게 보여준다.

그 중 <그 여자가 사는 곳>, <타인과의 시간>, <블루하우스>는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 그리고 중국 조선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작중 화자를 그들로 설정함으로서 그들의 눈에 비치는 한국 사회의 폐쇄성, 잔인함과 더불어 천박하기까지 한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도시의 밤>, <새벽이 올 때까지>, <나의 아름다운 마차>, <비수>, <잔인한 골목>은 주류에 편승되지 못하고 낙오된 도시 하층민의 비루한 삶을 묘사하는데 작가는 끝까지 그들에게 한줌의 햇빛도 선사하지 않는다.

거짓된 위로, 거짓된 약속에 속지 말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걸어야 한다는 것. 걷다보면 나를 잡는 것은 고지가 아니라 푹푹 발이 빠지는 함정뿐이라는 것, 그 잔인함의 반복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

 

[그 여자가 사는 곳]은 정인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라 한다. 2003년에 발표했다는 첫 번째 소설집 [당신의 저녁]을 찾아 읽으려 한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정인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에서는 그래도 인생을 굽이굽이 돌다보면 따뜻한 햇살도 있음을,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미는 관계만은 아닌, 가끔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관계도 있음을 들려주시길. 그래서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위로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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