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 김영아의 독서치유 에세이
김영아 / 삼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항상 책을 옆에 두고 살지만 어느 책이나 술술 잘 읽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독 읽기가 힘이 들어 첫 몇 장만 반복해서 읽다가 잠시 항복하는 경우도 있고, 손에 잡자마자 빨려들듯 속도가 붙어 그 자리에서 한권을 뚝딱 끝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김경아 작가의 독서치유 에세이라는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그러한 현상들이 생기는 것은 자신의 잘못된 독서습관이나 독서능력의 부족함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재미가 있건 없건, 또는 술술 잘 읽어지든지 전혀 안 읽어지든지 간에 일단 손에 잡은 책은 끝까지 봐야 한다는 신념 아닌 신념으로 전혀 의미 없는 책읽기를 하던 버릇을 이제는 과감히 버릴 수 있게 되었다.

10년쯤 전에 읽었던 책을 꺼내어 다시 읽어보면 그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그동안 살았던 삶의 무게가 책읽기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정말 나와 인연이 있는 책이라면 지금은 안 읽어지더라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새로운 의미로 나에게 다가오지 않겠는가.



정확하게 정리가 된 생각은 아니지만 어떠한 책들은 읽으면서 자신이 위로받고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때는 그것이 독서의 즐거움중의 하나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를 읽고 보니 해결되지 못한 나의 억눌린 감정들과의 만남, 즉 책 속의 상황에 자신을 투시해서 치료로 이끌어가는 과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 도대체 왜 이리 내 마음이 아프지...’하는 의아함.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 대목에서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하는 당황스러움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책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상처의 객관화>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고 내 것처럼 느끼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상처가 아물어진다는 이론이다.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는 김경아 작가가 독서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났던 여러 사람들의 사례들을 편안하게 조근조근 들려주는 에세이집이다.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각각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숨은 사연을 담고 있어 읽는 사람에게도 아프게 다가오는데 독서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감춰졌던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생긴다.

 

[모든 걸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의지 하나로만 넘어서는 게 치료가 아니다. 책이든, 강이든, 종교든, 사람에게는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는 통로와 그 길에 동행해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내가 아플 때 약을 사러 달려가주는 사람이 있으면, 약을 먹지 않아도 이미 상처는 낫기 시작한다.](87쪽)

 

책의 말미에 독서 치유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면서 내담자들과 함께 읽은 16권의 책 목록이 소개되어 있는데 의외로 내가 읽은 책의 권수가 적어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이제 무더워지기 시작하는 요즈음, 차분한 마음으로 김경아 작가가 소개해준 16권을 한권, 한권 따라가 보려 한다. 그래서 미처 만나지 못한 내면의 상처받은 나와의 해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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