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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젊은 작가의 날카로운 감각이 번득이는 소설 [타워].
누가 읽더라도 배명훈작가의 연작소설 [타워]는 우리 사회의 특수층을 겨냥한 소설이라는 것을 훤히 알아볼 것이다.
내가 연작소설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조세희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서였다. 당시 너무 어렸던 탓으로 최하층민의 처참한 생활모습이라던가 주거환경, 근로조건 등을 제대로 이해하는 책읽기를 하지는 못했었다. 그 뒤로 읽은 것은 배명훈작가가 이제 막 열 살이 되었을 무렵인 1988년도 양귀자 작가님의 작품인 [원미동 사람들]이다. 이제는 원로중의 원로가 되셨지만 양귀자 작가님도 [원미동 사람들]을 집필할 당시는 30대 초반이셨다.
[타워]와 [원미동 사람들] 그리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공통점을 들자면 비교적 젊은 작가의 초기 창작집이라는 점, 연작소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세 편 모두 그 당시의 사회를 풍자하는 소설이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당시 사회의 최하층민의 삶을 다루고 있다면 [원미동 사람들]은 도시 외곽의 소외된 서민들을 풍자하고 있다. 그에 반해 [타워]에는 대한민국의 1%만이 살고 있다는 초호화 부촌이 모습이 등장한다.
서로 역설적이고 반대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 듯싶지만 나는 믿고 싶다. 세 작품 모두 우리에게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고.
[타워]는 <동원 박사 세 사람(개를 포함한 경우)>/ <자연예찬>/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광장의 아미타불>/ <샤리아에 부합하는> 등의 소제목을 가진 여섯 편의 소설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집이다.
풍자가 가장 통렬하기로는 <동원 박사와 세 사람 (개를 포함한 경우)>을 들 수 있겠다. 뇌물, 상납, 청탁, 촌지와는 다른 개념의 또 다른 화폐, ‘술’의 이동 경로를 통해 가상의 공간 빈스토크 내의 미세권력 분포를 연구하던 중 그 권력의 중심에 개가 등장한다. 별명이 아닌 실제 동물 ‘개’ 말이다. 여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동원 박사와 세 사람>이 통렬한 풍자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면 <타클라마칸 배달사고>는 그래도 우리에게 아름다운 희망을 얘기한다. 우리 사회도 한 때 떠들썩했던 ‘외주 용역업체’의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서로 얼굴도 모르는 수백만의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이 힘을 합쳐 사막에 버려진 개인을 구해낸다는 이야기이다.
날카로운 지혜가 번득이는 풍자소설을 읽고도 통쾌하기보다는 씁쓸한 그 무엇이 앙금처럼 마음에 남는다. 우리사회가 나아지기는 아직도 멀고멀었다는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처럼 똑똑하고 건강한 작가 덕분에 희망을 꿈꾼다. 상식이 허락되는 사회가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