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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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유년의 한 때를 떠올려 본다. 밝은 햇살이 비치는 골목길. 늘 무엇인가로 분주하고 바빴던 시절. 해질녘 밥 먹으라 부르시던 엄마의 목소리. 길고 긴 하루였지만 늘상 미진함과 아쉬움을 남기던 귀가길.

그 때는 늘 무엇인가를 기다렸던 것 같다. 막연하게 구체화되지 않은 그 무엇.

어서 어른이 되기를 이었을까? 그래서 간섭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기를 바랐을까? 혹은 동화 속에서처럼 어디선가 쨘 하고 나타나 줄 부자 친엄마? 그래서 공주로 재탄생되고 싶었었을까? 이루지 못하고 망각의 강 속으로 스며들어 버린 유년의 꿈은 무엇일까?

늘 상실감에 시달리곤 한다.

 

김주영 작가는 다른 소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여 그의 책을 적어도 서너 권은 보았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 초 김주영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객주]를 사 놓기만 하고 다른 읽을거리에 밀려 아직 펴 보지도 못한 상태이다. 거기에다 또 지난 달 책 축제에 가서 [멸치]도 구입해 책꽂이 한쪽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평소라면 아마 [객주]를 먼저 읽었겠지만 그의 상상우화집 [달나라 도둑]을 먼저 읽게 된 이유는 책 표지 상단의 [“내 어린 시절 감히 가질 수 없었던 무지갯빛 꿈을 담아 상처투성이 소년 김주영에게 바칩니다”] 라는 문구가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다.

 

[나는 유난히 암울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러므로 좌절과 외로움은 어린 시절 내 화두의 전부였다.](10쪽 작가의 말)

 

[달나라 도둑]은 길, 소년과 소녀, 이야기, 인생, 꿈. 등의 5가지 주제로 총 62편의 짧은 우화가 실려 있다.

김주영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아직 보지 못한 상태라 작가의 사상이나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가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읽게 된 우화집은 차라리 커다란 선물이다.

그의 상상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푸근해지는가 하면 어느 이야기에서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블랙 코미디와는 전혀 다른 느낌. 2~3쪽을 넘지 않는 짧은 이야기에 정말 많은 것이 담아져 있다.

짧은 이야기를 읽었으니 이제 김주영 작가의 긴 이야기에 도전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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