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주로 소설 쪽으로만 치우친 편식이 심한 책읽기를 하면서 그 안에서도 따로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났을 때 ‘바로 이 책이야!!!’라는 느낌이 전해져 오는 책. 내게는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가의 작품이 바로 그런 책이다. 얼마 전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 되어 국내에 개봉되어서 뜨겁게 화제에 오르내리던 [책 읽어주는 남자]. 하지만 내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가를 만난 것은 영화가 국내 개봉되기 훨씬 전인 2007년이었다. 그리고 2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의 소설집 [다른 남자]로 다시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책에서 그려지는 인간의 모습으로 종종 작가를 상상해보곤 한다. 타인에게는 너그럽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혹독한 도덕의 잣대를 들이댈 것 같은 사람. 두 권의 책을 읽고 상상해보는 베른하르크 슐링크 작가의 모습이다. 객관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나의 상상, 주관적인 나의 판단이 그러하다는 이야기이다.

 

소설집 [다른 남자]에는 ‘소녀와 도마뱀’ ‘외도’ ‘다른 남자’ ‘청완두’ ‘아들’ ‘주유소의 연인’등 총 6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아무래도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가는 전후 세대로서 아버지 세대가 저지른 전쟁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않은가 보다. 총 6편중 ‘소녀와 도마뱀’ ‘외도’ ‘아들’등 3편이 전후, 혹은 통일 후 독일의 도덕적인 책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작가 자신이 어떤 판단과 결론을 내리고 은연중 독자에게 강요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불편을 느끼게 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는 점.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높이 사고 싶은 정신이다.

다른 모든 작품들도 좋았지만 특히 마지막에 수록된 [주유소의 연인]을 읽으면서 인간이 가진 유한함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인생을 살면서 과연 옳은 선택이란 무엇일까?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혼란스럽다.

 

[냉정하고 슬프게 사느니 차라리 미쳐버리고 싶다고.](32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