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신진혜 지음 / 창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소설 속의 허구의 인물이 가지는 특별한 생각이나 대사 등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겨두고 때때로 꺼내어 위로를 받기까지 한다. 그것은 내가 길을 잃고 헤매일 때 저 앞에서 길을 밝혀주는 등대이다. 그러나 실존했던 역사 속의 인물들. 특히 우리가 위인이라 칭하는 인물들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교 이후 사라졌다. 감히 외람되게도 그들은 내게 현존하는 정치인들이나 티브이 속의 연애인들처럼 그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일 뿐이었다.

선택 속에서 각색되고 미화되어 남은 사람들이란 인상이 강해서였을까?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우리 땅에서 살다 간 옛 사람들이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기억될 수 있는 힘이란, 약자를 딛고 올라섰다는 것 외에 더 무엇이 있으랴 싶었다.

여성으로서 최초의 왕이 되고 삼국통일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선덕여왕]에 대해서도 잘 알려진 모란꽃일화 외에는 딱히 더 알고 있는 것은 없다.

그녀가 여성으로서 최초의 왕이 될 수 있었던 배경도 역사 지식이 얕은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만큼 통일 전 삼국 시대에는 성차별이 그리 심하지 않았었나보다 하는 궁금증 정도.

 

현재 대학에 다니는 어린나이의 역사학도가 쓴 소설 [선덕여왕].

이 소설은 나를 세 번 놀라게 한다. 흔히 가지는 선입견으로 작가의 나이에 놀라고 그녀의 이력에 또 한 번 놀라고 마지막으로 책을 덮은 뒤에는 정말 재미있어서 작가의 글 솜씨에 놀라게 된다.

소설 [선덕여왕]은 한 마디로 정말 재미있다. 책을 읽기 전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던 마음을 한 순간에 돌려놓을 정도로. 추리 소설도 아닌 책을 읽느라 밤을 새워 본 것이 도대체 몇 년 만인지. 흔히 역사를 배경으로 쓴 소설은 지나치게 야사 위주이거나 아님 너무 딱딱해 재미가 없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신진혜 작가의 소설 [선덕여왕]은 그러한 선입견을 저 멀리 던져버리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에는 정설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과 그 외의 몇 가지 설이 더 있는데 작가는 소설적 재미를 위하여서인지 몇 가지 내용은 정설 이외의 것을 선택한 점이 흥미로웠다.

잘 알고 있는 김유신 일화로 우리는 김유신이 한 때 <천관>이라는 기생에게 반해 술집을 자주 드나들다가 어머니로부터 크게 꾸지람을 듣고 마음을 잡기로 결심하고 말의 목을 베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진혜 작가는 소설에서 천문도를 그리고 나중에 첨성대의 기초를 마련한 신비의 여성 <진성>이란 인물을 창조해내고 김유신이 그 <진성>에게 반해 그에게 구애하였으나 거절당하고 말의 목을 벤 것으로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작가 신진혜는 소설 [선덕여왕]을 4년의 기간 동안 처음부터 다시 고쳐 쓰기를 무려 5번을 반복했다고 한다. 완벽을 위한 이런 노력이 있었으니 독자로 하여금 한번 책을 잡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끝까지 다 읽게 만드는 힘과 재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의 그러한 열정을 되새기며 다시 한 번 [선덕여왕]을 꼼꼼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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