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인생의 어느 시기를 계절에 비유한다면 20대 초반은 확실한 봄일 것이다.

꽃샘추위조차도 물러난 아름다운 계절 4월 말 또는 5월.

눈이 부시게 아름답지만 인지하지 못한 순간 지나가 버리는 짧은 청춘.

그것은 봄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이시다 이라 작가의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는 그 아름답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한 청춘의 한 때를, 그 열정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들이 가지는 풋풋함.

이제 막 시작되는 연초록의 연약함 속에서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는 꽃들.

 

우리네 인생은 길게 가을의 낙엽과 겨울의 눈보라까지도 꿋꿋이 이겨내야 하는 나무일터인데 미오카는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도 원치도 않았던 질병에 의해 짧은 봄날 새순만을 터트리고 그대로 시들어 버린다.

크로이츠펠트 야곱병.

우리가 흔히 <인간 광우병>이라고 알고 있던 병의 정식 병명이다.

아직 치료방법도 없고 잠복기간도 10~20년 이상인 그러나 한번 발병하면 회복이나 억제가 불가능하고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3개월이면 죽게 된다는 병.

티브이에서 보았던 다리를 비틀거리며 일어서지 못하던 광우병 걸린 송아지의 모습과 똑같아지는 비참한 인간의 모습.

사람을 사람답게 보여주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걷기는커녕 똑바로 일어서는 것도 말하는 것도 그리고 사랑하는 것까지도 인간에게서 앗아간다는 바로 그 병이 미오카가 앓고 있는 병이다.

자신들의 운명을 알기에 더욱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사랑하고 견디어 내던 안타까운 연인들. 타이치와 미오카.

그들의 사랑은 짧은 봄날 맘껏 피었다가 후회 없이 사라지는 화려한 봄꽃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 시간 한 시간을 열정적으로 그러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연인들.

그 안타까운 짧은 시간을 그들은 함께 보내기 위해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거를 시작한다.

학교 수업과 아르바이트 후의 고된 몸을 가지고 불사르는 격렬한 사랑의 몸짓들.

그 사랑의 몸짓은 차라리 그들의 오열하는 통곡의 다른 모습이다.

슬픈 연인들이 마지막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지켜나가는 모습.

타이치의 마음속에 영원의 모습으로 자리 잡은 아름다운 미오카.

그들의 사랑은 이 짧은 봄날을 성실히 사랑하면서 살아가야만 한다고 나에게 속삭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