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더스트 Nobless Club 2
오승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책의 본문을 읽기 전, 서문으로 소개되어 있는 작가의 말을 먼저 보곤 한다. [뉴욕 더스트]의 오승환 작가는 지금 세상에는 너무 자주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더 이상 그러한 일들에 휘둘리기는 싫다고, 그러나 그 불합리한 일들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드물게도 우리나라에서 이과를 전공한 작가. 그것도 그 명성 자자한 초일류 대학출신이니 작가의 약력을 보고 한번, 작가의 서문을 보고 또 한번 오승환 작가에게 경이로움과 함께 무조건인 호의를 느끼게 된다.

본문을 읽기 전 작가의 말을 먼저 읽으며 흥미를 느꼈던 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독자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운 작가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추상적으로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 더스트]의 오승환 작가의 서문은 확실히 끌어당기는 느낌을 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리고 처참한 기분으로 함께 분노했던,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던 폭력들에 관한 이야기라서 일 것이다. 여러 가지 가면을 쓴, 그러나 들여다보면 인간이 인간에게 행하는 잔인하고 오만한 폭력일 뿐인 일들. 처음으로 서문에 강하게 공감하면서 본문을 읽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보다 불행한 삶을 사는 주인공을 다루는 책은 다분히 느와르풍의 성격을 띠고 있다. 느와르풍의 영화나 책에 대하여 가지는 선입견으로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그러한 책에는 마치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잔혹한 장면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함께 명백히 어긋나 있는 행위를 억지로 정당화하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 더스트]의 내용은 굉장히 깔끔하다. 인간이 인간에게 행하는 폭력을 정당화 하려는 의도로 행해지는 불합리한 자기합리화도 없거니와, 필요 이상의 잔인함으로 눈길을 잡지도 않는다. [뉴욕 더스트]를 읽으면서 탁월하다고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처음 시작부터 책이 끝날 때까지 한눈팔지 않고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가 긴 호흡을 유지하며 읽기에 편리하다고나 할까.

깔끔함을 유지하면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작품에 잘 녹아들어있다. 작가의 탁월한 능력과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서문에서 미리 말했던, 놀라야만 하는 일, 당연시되어서는 안되는 일들에 대한 고찰들이 책을 읽는 도중 자연스레 묻어난다. 그리고 그런 일들에 대한,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부합되는 것은 불합리한 폭력에 희생당한 자를 주인공으로 그렸기에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늘 생각해왔고, 또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일까?



뉴욕 한 귀퉁이의 배달하지 않는 꽃집 주인에게 강한 연민을 느끼며 그를 애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