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진지하게 열의를 가지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는 순간 머릿속에는 모호한 의문부호들이 남는다. 책을 읽는 동안 어렵다거나 혹은 따분하다거나 하는 느낌 없이 술술 읽었었다. 그런데 가슴 한쪽의 이 묵직한 느낌은 무엇일까?

 

처음 대하는 나카무라 후미노리 작가. 1977년생이라는 비교적 어린나이와 2002년 등단이라는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굵직한 상들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 그의 경력에 걸맞게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소설 속에서 어설프게 작가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지지부진함도 없다. 되지 않은 유식한 척, 잘난 척도 없다. 오랜만에 무척 맘에 드는 소설, 맘에 드는 작가를 만났다.

 

어둡고 혼란스러운 내용에 비해 비교적 밝은 미래를 지향하는 희망적인 결론에도 불구하고

나카무라 후미노리 작가의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는 그야말로 우울함 속을 헤매이도록 만드는 마력이 느껴진다.

사형제도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 때문일까? 아님 인간 심연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악마적 본성을 부정할 수 없음에서 오는 허탈함 때문일까?

나이를 먹음으로서 비로소 선명해지는 진실이 있는가 하면 알면 알수록 더욱 모호하고 혼란스럽기만 한 일들도 있다.

후자에 속한 것들이 바로 자살이라든가 낙태, 또는 사형제도 같은 것들이다. 인간의 목숨을 인간의 의지로 결정짓는 일들.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이러한 사실들에 대한 반응은 갈팡질팡 일수 밖에 없을 듯하다. 명확하고 선명한 가치관을 갖고 싶은데 도무지 그러해지지가 않는다.

9시 뉴스를 장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 그 중 어떤 것들은 비록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님에도 그야말로 치가 떨리도록 분노하게 만드는 것들도 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짓을...’하고 말이다. 짓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사건들.

그래서, 그렇다고 하여 <사형제도>라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으로 인간은 어떻게든 될 수 있어. 이 세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인간은 그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거야.“](161~162쪽)

 

[“고아라서 다행이었어요.”

“응?”

“원장님을 만날 수 있었잖아.”]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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