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걷다 - 2009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 Nobless Club 11
김정률 외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경계 문학은 우리에게 낯선 용어이다. 경계 문학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이 분야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고, 경계 문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지는 채 3~4년이 되지 않을 것이다.

판타지 혹은 무협 소설로 불리우던 경계 문학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의 작가들은 1세대라고 불린다. 이들의 작품은 그때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참신함 그 자체였고, 그렇기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활자 중독을 일으킨다고 이슈를 되기도 했다.

 

경계 문학을 읽는 사람들에게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그 중 대부분은 신선한 느낌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보통의 소설이 현실에 있을법한 일들을 허구로 꾸며낸 이야기라고 정의된다면, 경계 문학은 실제로 있지 않을 법한 일들을 허구로 꾸며낸 이야기이니까. 눈에 보이는 현실이 아닌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작가 개인의 상상력에 더욱 의존하며, 사람마다 각각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이 다르기에 독자들은 글을 읽으며 참신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참신함을 느끼는 그 실례로, 익히 알고 있는 톨킨의 작품이나, 롤링의 작품이 있다.

 

로크미디어에서 출판된 [꿈을 걷다]라는 책은 경계 문학의 앞길을 밝히는 등불이 될 듯하다. 경계 문학을 읽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작가들이 쓴 단편들을 모은 이 책에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상투적인 이야기가 거의 없다. 서로 죽이는 장면에 대한 지루하도록 자세하고 길기만 한 묘사 대신에, 잔잔한 분위기의 내용들이 있다. 대부분 판타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와 구성이 있다. 유행에서 벗어나, 다시 초기의 참신했던 글들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문학 작품이나 그러하겠지만 특히 경계 문학이라는 장르를 읽는다는 행위는, 작가의 상상력을 읽는 것이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기발한 상상의 세계. 그것은 신화의 다른 형태, 다른 이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경계문학이라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첫 발걸음을 로크 미디어의 ‘꿈을 걷다’로 시작하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그것은 경계문학을 시작하려 할 때 망설이게 되는 커다란 이유들, 장편이다. 한번 시작하면 적어도 10권 이상은 읽어야 한다. 길게 늘려 놓은 책들이 가지는 커다란 단점. 3권 이상 읽으면 거기서 거기다. 라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작가들의 글 중에서도 특히 전민희 작가의 [11월 밤의 이야기]가 맘에 든다.

[11월 밤의 이야기]는 너무 참신하고 섬뜩한 판타지의 세계가 아닌 낯익고 친숙한 신화 같은 느낌이다. 그 뒤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 느낌. 어느 날, 서점에서 [11월 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연작 소설을 만난다면 나는 나름 근거 없는 성취감까지 느끼며 기쁘게 그 책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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