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 - 진동선의 포토에세이
진동선 지음 / 비온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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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하면 떠오르는 것들.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헤밍웨이. 그리고 바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

쿠바. 그곳은 나에게 불가능한 아름다운 꿈의 상징이다. 뜨거운 피를 가진 영원한 청년의 모습이다.

감히 쿠바를 여행하고 싶다거나 몸으로 부딪치며 느껴보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꿈에도 가진 적이 없다. 그저 불가능한 꿈을 가슴에 간직한 영원히 젊은 청년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 구해내고자 싸웠던 아름다운 나라로만 각인되어 있다.

세상살이에 지치고 길을 밝혀줄 별도 없이 캄캄한 마음일 때 ‘아 쿠바라는 나라가 있었지. 그곳에는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에 충실하게 살다간 청년이 있었지’ 하는 정도.

 

10대가 시작되면서 나는 사진 찍기를 열광적으로 좋아 했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사진 찍히기를. 보통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학교에 카메라를 들고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사진을 찍곤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의 거의 90% 이상이 그 때 찍은 혹은 찍힌 사진들이다. 진동선 작가가 포착한 사진에 우호적인 쿠바 사람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할 수 있겠다.

 

[카메라에 순응적인 사람, 능동적인 사람, 자연스러운 사람은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먼저 순수함. 여태 사진으로부터 침해 당한적 없는 사람, 카메라의 위험성을 모르는 사람이다. 대체로 아이들, 기술문명을 모르거나 낙후된 곳 사람이다. 두번째는 좋은 경험. 삶으로부터 사진에 친숙한 사람, 카메라가 삶 가까이에 있는 비교적 서구사람이다.

세번째는 욕망과 자신감. 대체로 끼가 있거나 미남, 미녀 등 삶에서 사진으로부터 칭찬이나 부러움을 많이 받아 본 사람들이다.](33쪽)

 

세월이 지나 어느 정도 나이를 먹자 나는 절대적으로 사진 찍히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변변한 가족사진도 없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사진 찍히기가 싫다.

진동선 작가의 [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에 등장한 인물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묘한 상실감과 함께 희미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

어느 이국 스타의 브로마이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183쪽의 소년. 무엇인가 불만을 표출하며 울고는 있지만 결코 그 울음이 슬픔이라든가 절망의 어느 한끝도 전혀 비치지 않는 오히려 크게 터트리는 폭소와 닮아 있는 182쪽의 5살 정도의 아이. 그리고 비스듬이 기대어 앉아 정면 바라보기를 거부하는 할머니의 모습. 할아버지의 모습.

 

[채워진 사랑은 포만. 비워진 사랑은 결핍.

포만과 결핍의 간극은 늘 지겨움과 지루함.](168쪽)

 

진동선 작가의 포토 에세이 [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를 보면서 ‘아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가 되고 소설이 되는구나.’ 느낄 수 있었다.

사람과 거리와 바다와 그리고 신념까지.

쿠바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는 [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

아름답다. 느끼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던 나의 마음은 헤밍웨이 박물관을 보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렬하게 강력하게 쿠바에 가 보고 싶다고.

헤밍웨이가 살았던 침실, 주방, 거실 그리고 그의 서재.

 

[서재를 바라보면 녹색 컬러에 좌측에 4단 높이의 책상이 있고, 정가운데는 심플한 보르네오 티크 책상이 놓였다. 그 위에 타자기 한 대, 연필통 한 개, 원고지를 눌러주는 조그만 중압기가 있다. 책상 우측으로는 천체 망원경 한 대가 삼각대에 놓여 있다. 언제든지 문만 열면 하늘의 별자리를 볼 수 있는 방향이다.](67쪽)

 

거기다가 진동선 작가는 말한다.

[역시 직접 와서 보아야 대문호의 체취와 숨결이 느껴지는 법이다.](67쪽)라고.

 

아아아 쿠바에 가고 싶다. 그리하여 직접 쿠바가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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