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 CF속에 등장했던 문구 ‘진실과 사실의 차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어찌 보면 이 무슨 말장난이야 싶기도 하다. 하물며 루머라니. 뜬소문. 소문. 풍문.

연예계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꽤 유명한 배우의 이름이라든지 소위 잘 나간다는 드라마의 제목조차도 모르고 사는 내게도 배우들의 자살소식은 자주 들린다. 여러 가지 무성한 이유 중에서도 악성 루머가 단연 1위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말로 하는 폭력. 이것이 이제는 사람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내가 중.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왕따’란 ‘이지메’라는 생소한 단어로 먼 일본의 10대들에게나 있었던 이야기였다.

‘감히 상상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던 이상한 일본 아이들..........’그러고는 잊어 버렸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녀를 가진 부모의 입장이라면 늘 마음 한구석이 ‘혹시나 내 아이도...’ 하는 불안으로 편치 않을 만큼 왕따는 우리 세계에 흔하게 만연되어 있는 현상이다.

 

제이 아세르 작가의 처녀작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바로 이 악성 뜬소문과 왕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쉽게 하는 말들, 몸짓, 표정 하나 하나가 표적이 되는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커다란 눈덩이로 부풀려져서 강타되는지를, 설령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그것은 누군가의 목을 겨누는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 있음을 작가는 해나 베이커라는 소녀를 통해 우리에게 경고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될 키스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던 순진한 소녀 해나 베이커. 그녀가 공원에 갔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상대 남학생과 키스를 경험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소문은 상대 남학생의 허풍에 의해 부풀려지고 부풀려진다. 루머는 루머를 낳고 그 루머는 또 다른 루머를 키우고........... 어느 순간 해나 베이커는 무성한 루머의 늪에 빠져 점점 깊숙이 가라앉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코 염세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았던 평범한 소녀 해나 베이커. 그녀는 자신을 구하고 싶어 손을 내밀어 보지만 아무도 그 손을 맞잡아 주지 않는다. 안타깝게 허공을 가르다가 스르르 꺼져버리는 해나 베이커의 손. 그 손이 눈앞에 아른거려 며칠을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