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김연수 외 지음 / 작가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한 해를 매듭짓는 의미의 소설집에 자신의 작품이 뽑힌 작가들은 기분이 어떠할까?

‘당연해’ 일까 아님 ‘내 능력을 인정해주는구나’ 라거나 혹은 ‘노고를 보상 받았다’는 기분.

그 소설집을 읽는 내 마음은 작년과는 또 다르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의 나이가 자꾸 어려지고 낯선 작가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는 횟수가 잦아질 때마다 마음 한쪽이 지긋이 무겁다. 이제 소설집은 나에게 친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을 선물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어떠한가. 바로 그 점이 [오늘의 소설]이라는 소설집이 가지는 매력 아니겠는가.



특히 [오늘의 소설 2009]를 읽으면서 여기저기서 이름은 많이 들어 봤으면서도 정작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던 김애란 작가의 작품 [큐티클]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오프라인 서점에서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를 손에 들고 마음을 결정하지 못해 한참을 망설이다가 내려놓고 나왔었는데 이제는 어서 그 책을 선택하여 읽어보고 싶어진다. 작가의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도저히 그 나이로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깊이가 있다. 하긴 이제 그리 어린 나이도 아니다. 그녀가 등단한지도 벌써 7년이 지났으니 어느 정도는 중견작가의 대열에 들어섰다고도 할 수 있겠다.

 

맨 앞에 나와 있는 김연수 작가의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는 ‘역시’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작년 [오늘의 소설 2008]에 실렸던 [모두에게 복된 새해]와 함께 연작으로 이어 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 5~6년 전 김연수 작가의 전작 읽기를 하고 그 뒤로 나온 그의 작품들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의 글이 아주 따뜻하게 발전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그 사람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9쪽)

 

그 외 김태용, 이장욱, 최인석 작가의 작품들도 읽고 나서 ‘어 내가 왜 이 작가들은 알지 못했었지’ 하고 자신의 짧은 독서력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작가들의 작품집도 꼭 구입해서 읽어봐야겠다.

박민규 작가는 역시 본인의 색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만나는 윤이형 작가. 그리고 간결한 느낌의 한유주 작가의 글까지 [오늘의 소설]은 마치 이것저것 평소 먹고 싶었던 과자들만 가득 들어 있던 종합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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