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몸을 사용해 해야 하는 일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는 탓으로 (이것은 아마도 유전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다. 하나뿐인 아들 역시 운동에는 영 젬병이니 말이다.) 우리 가족이 함께 즐기는 취미 생활은 가끔 하는 여행을 제외하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너무 많은 제약이 따르므로) 영화감상이 유일하다 할 수 있겠다. 다행이 가족 모두가 영화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주로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해 주말을 보내곤 했다. 한 4~5년을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자니 자연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공상과학물이나 판타지 종류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봐도 좀처럼 친해지기 힘든 장르가 나에게는 공상과학 종류이다. 남들이 아무리 칭찬을 해도 느낄 수 없는 그 무엇, 나와는 영 소통이 되지 않는듯 한 느낌.

제프 롱 작가의 [디센트]도 모처럼의 휴식기간이 끝나가는 아들과 공통의 책을 읽고 서로 대화거리를 만들고 싶어서 선택해 읽게 된 책이다. ‘나는 흥미가 없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는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디센트] 1. 2. 권을 모두 읽고 책을 덮은 지금은, SF 라든가 모험, 스릴러란 단어를 보고 느끼는 나의 감정 반응이 180도 달라져 있다. 결론은 그동안 나는 제대로 된 SF물을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디센트]는 첫장부터 긴장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한 때 아들과 소통의 통로로 생각하고 억지로 읽었던 판타지와는 느낌이 전혀 다른, 글의 한 줄 한 줄 에서 고전적인 의미의 순수문학의 힘이 느껴진다. 쉽고 편한 마음으로 몇 장을 넘기던 나는 자세를 고치고 앉아 다시 처음부터 집중하며 다시 읽어야 했다.

초반의 잔잔함은 없다. 중요 인물들의 등장으로 각각의 장을 시작하는데 그중 ‘아이크’를 서두에 둔 것은 정말 탁월한 작가의 구성력이라 하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비로소 영어를 우리말로 해석했을 때 전달되는 뜻의 한계를 느껴본다. 소설 속에 동화되어 그토록 강하게 다가오던 [디센트]를 우리말로 풀이한 것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강하, 하강, 전락 정도이다. 도무지 그 강렬한 느낌을 찾을 수가 없다.

주로 침대에서 자기 전에 책을 읽는 버릇을 가진 분들은 조심하시기를. [디센트]를 읽는 동안은 숙면은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제프 롱 작가가 보여주는 존재하는 지옥을 생생하게 느낄 것이므로. 그리고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구해보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제프 롱 작가가 보여 준 지옥들로 하여금 며칠 밤을 악몽에 시달린다면 당신은 그 악몽으로 하여 멋진 SF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게 될 것이다. 당신은 드디어 제프 롱의 세계에 한 발을 들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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