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기발하다. 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유달리 재치가 뛰어나고 빼어나다. 라고 나와 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단편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기발하다. 라는 단어만큼 정확한 표현이 또 있을까?

1920년대에 어찌 이처럼 기발한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사춘기 때 삼중당 문고판으로 700원에 구입해서 보았던 [위대한 개츠비]. 단 한권만으로도 피츠제럴드는 내게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이 드는 작가이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인들의 정신적 공항 상태를 잘 반영한 작품이라는 것은 그 후 10여년이 지나서야 이해했고 당시에는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답게 사랑 이야기로만 받아들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 20여년이 지나서 다시 스콧 피츠제럴드를 만났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읽기 전 먼저 읽었던 [막스 티볼리의 고백]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는 소재. 70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어려지는 인생을 산다는 기발한 소재면에서는 서로 같지만 [막스 티볼리의 고백]이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이고, 막스 티볼리의 심리묘사와 일생을 한 여자에게로 향한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40여 페이지의 단편으로 벤자민 버튼의 내면 심리묘사 보다는 그의 일생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담담히 묘사한 작품이다. 그리고 막스는 육체적 나이는 거꾸로 가지만 정신적 나이는 정상인데 반하여 벤자민은 육체적 나이와 함께 정신적 나이도 점점 어려지게 설정되어 있다.

70 노인으로 태어나 기막힌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을 감정이입 없이 담담하게 그려냄 으로서 작가의 냉소적인 기질을 살짝 엿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도 심지어는 부모조차도 그의 인생에 대하여 별 다른 연민을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인 벤자민 버튼 자신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각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불행하고 비참한 삶일 것 같은데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 그의 생을 즐기는 여유까지 보여준다.

짧은 단편이지만 ‘잃어버린 세대’라고 칭하는 1920년대의 시대상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일생도 정확하게 집어낸 수작이라고 느껴지는 작품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책에서는 벤자민 버튼의 내면 심리묘사와 그의 사랑을 자세히 다루지 않았는데 곧 개봉될 영화에서는 어떤 시각으로 다루어져 있는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책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재미 또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는 아주 행복했다. 때때로 다른 꼬마들이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할 때면 그의 작은 얼굴위에 그늘이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분명치 않은 어린아이다운 방식으로나마 그는 자신은 그러한 것들을 결코 공유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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