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현재 우리 가족은 4층 건물에 총 6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빌라에 살고 있다. 같은 빌라에 산다고 해도 가끔 주차장에서 마주치고 눈인사나 나눌 뿐 전혀 왕래는 하지 않는 전형적인 서울 현대인들의 이웃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도 가끔 거리에서 만나면 눈인사도 하고 말 몇 마디라도 나누는 이웃은 4층의 할머니  뿐이다. 올해 70이 훨씬 넘으신 할머니 부부는 외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은 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시고 국내에는 할머니 부부 두 분 뿐. 요즘 같은 명절에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쓸쓸 하시다고 하신다.

그 할머니께서 갑자기 입원하셨다. 병원에 계시니 지나간 시절이 후회스럽기도 하고 병원 수발할 자식도 없으신 것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느끼시는가 보다.

64년을 함께 한 부부.

할아버지는 이제 조금씩 이별을 준비하고 계신다.




4층 할머니의 입원으로 마음이 안 좋던 와중에 기리노 나쓰오 작가의 장편 소설 [다마모에]를 읽게 되었다.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작품이라는데 전혀 사전지식 없이 일게 된 [다마모에]의 첫인상은 표지가 참 예쁘다. 어딘가 원숙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정도였다.

역시나 첫인상처럼 주인공은 59세의 도시코라는 여성이다.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그야말로 갑자기, 남편을 심장마비로 잃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많지도 않은 유산을 가지고 아들과 딸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도시코를 압박한다.

그리고 뚜렷한 성격을 가진 도시코의 친구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도시코와 얽히고 그녀에게 위안이 되기도 하고 괴로움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도시코를 혼란과 분노 속으로 몰아가는 것은 남편 사후에 밝혀지는 비밀들.

갑자기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도시코는 이리 저리 흔들리기도 하지만 점차 의연하게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웃음의 원천은 무엇일까. 자신을 동정한다거나 슬퍼하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나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밝게 빛나는 기분도 아니었다. 평화롭고 잔잔한 기분. 이거다 하고 도시코는 생각했다. 혼자라는 것은 평화롭고 잔잔한 기분이 오래 이어지는 일인 것이다. 남에게 기대하지 않고, 따라서 애먹을 일도 없이 자신의 기분하고만 마주하며 보내는 일상. 그런 날이 이어지는 것은 의외로 쾌적한 일일지도 모른다.] (349~350쪽)




갑자기 안 좋아진 건강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새벽마다 찜질방을 갔었다. 뜨거운 물속에 발을 담그고 아픔을 이겨가며 읽었던 [다마모에]였기에 그 내용이 더욱 깊이 마음에 남는 것 같다.

언젠가는 누구나 혼자가 될 것이다.

항상 준비하는 삶. 준비된 홀로서기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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