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클래식 2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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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그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설득]이 내가 최초로 읽은 제인 오스틴의 책이다. 물론 그녀의 전작 읽기를 하려고 책을 사 모으고는 있는 중이었다. 오만과 편견, 멘스필드 파크, 이성과 감성, 그리고 그녀의 소설을 소재로 한 책, ‘제인 오스틴 북클럽’까지. 내 책장의 한 쪽을 차지하고서 대기 중인 상태.

그녀의 많은 책들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음에도 영화 또한 본 적이 없다. 다만 그녀의 짧은 사랑이야기를 그린 [비커밍 제인]이 유일하게 본 영화이다. 하지만 ‘비커밍 제인’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지 그녀의 소설은 아니지 않은가.

상황이 이러하면서도 나는 내가 소위 말하는 ‘제이 나이트’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설득]을 읽기 전 그녀의 소설을 사 모으기만 하고 단 한편도 읽지 않았으면서도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준비된 예비 제이 나이트라고 할까.

전혀 무지하면서도 제인 오스틴하면 왠지 잘 아는 작가 같은 느낌. 이것이 그녀의 매력이고 힘일 것이다.




[설득]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잔잔함이다.

같은 영국 작가인 것을 빼면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 E. M. 포스터의 책을 읽었을 때와 같은 느낌. 잔잔함. 성실함.

이 두 가지는 영국 소설이 가지는 특징으로 내게 깊이 각인 될 것 같다. 부디 그것이 짧은 오해에서 비롯된 성급한 고정관념이 아니기를.




[앤에게는 수천 가지 감정이 밀려들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위안을 준 것은 그 일이 곧 끝날 거라는 생각이었다.] (90쪽)

[그녀는 다른 사람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자기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것은 지나친 설득의 결과였다. 그것은 나약함이고 소심함이었다.] (93쪽)




이야기는 주인공 앤이 주변 사람들의 설득에 의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고 약혼을 파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쁘고 도도한 언니와 욕심 많고 응석받이인 동생 사이에서 앤은 그저 그런 미미한 존재이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는 현명하고 부드러운 여인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란 영리하고 지식이 풍부하며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에요] (206쪽)

[그건 좋은 친구가 아닙니다. 최고의 친구지요. 좋은 친구란 그저 신분, 교육, 매너만 있으면 됩니다. 교육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신분과 매너는 꼭 갖춰야 하지요.] (207쪽)




19세기 초반, 영국의 시대상을 잘 드러내 주는 구절이다.

신분과 그에 걸 맞는 친분 맺기에 많은 가치를 두고 중요하게 여겼음이 느껴진다.




[앤은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현명해지고 사리를 잘 알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슬프고 안타깝게도 아직은 자신이 현명하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해야 했다.] (244쪽)




이제 비로소 제인 오스틴의 세계에 한 발을 들여 놓았다.

이왕 가장 나중에 쓰인 [설득]부터 시작했으니 거꾸로 읽어가는 제인 오스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녀의 책을 모으다 보니 출판사가 각각이라 책의 크기 또한 각각 다르다.

지만지 클래식의 [설득]은 단아한 표지도 맘에 들고 번역 또한 마음에 든다. 기왕이면 지만지 클래식에서 그녀의 다른 책들도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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