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2 - 하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부를 정말 재미있게 본 책이라면 2부의 출간을 그야말로 눈이 빠질 정도로 기다리면서도 막상 읽으려고 하면 약간의 두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혹시나 실망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으로 책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폄하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

그러나 밀레니엄2.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를 다 읽고 난 지금에는 그러한 우려들이 다 사서하는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예전에는 책을 선택할 때 다른 그 무엇도 보지 않고 오로지 작가와 책의 내용만이 중요했었다. 하지만 요즈음엔 표지도 보고 제목도 보고 그렇게 한다.

내용이야 끝까지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첫인상은 제목과 표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새로운 작가를 만나려면 아무래도 제목과 표지의 그림을 먼저 보고 선택하게 된다.

밀레니엄 2.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의 표지는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 비해 강렬함은 좀 덜 하지만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하기야 제목에서 휘발유통과 성냥이 거론되는데 표지마저 강렬했다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상상을 하게 되지 않겠는가.

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글 솜씨도 좋지만 제목을 정하는 센스 또한 뛰어나다. 제목만 보고도 무수한 상상을 하게 되고 책의 내용이 궁금해 참을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가게 되니 말이다.

각각의 독립적인 내용의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방법 또한 탁월하다.

1부를 읽으면서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리베스트 살란데르라는 인물을 모호하고 신비스럽게 포장해 놓고 2부 제목을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로 정했으니 어떻게 읽지 않고 견딘단 말인가.

상상했던 데로 주인공이 리베스트 살란데르임을 알게 되면서 기쁨에 넘친 ‘역시’하는 끄덕거림으로 책읽기를 시작하게 해준다. 긍정으로 시작하는 책읽기.

그렇게 시작한 2부는 안타깝고 신비스러운 존재였던 리베스트 살란데르에 대한 궁금증을 만족시켜 주면서 책의 내용에 몰입하게 한다. 한번 책을 손에 잡으면 꼭 밤을 새게 만들고 마는 마력을 지닌 책이다. 밀레니엄.

각각의 새로운 장을 시작할 때마다 주워지는 페르마의 정리.

수학에서 손을 뗀지 수년 (혹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방정식을 가지고 끙끙거려보는 것도 밀레니엄 2를 읽으면서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지금 리베스트 살란데르 또한 이 난제를 풀어보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사실 해답 자체에 흥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흥분시킨 것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누군가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를 주면, 그녀는 그것을 풀어내곤 했다. 논증의 원칙 같은 것은 잘 몰랐고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해답지를 보지 않고도 어김없이 정확한 답을 찾아내곤 했다.] (상권 37쪽)




우리가 사는 삶 또한 그렇지 않은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그 의미가 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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