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퍼시 캉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끌레마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우연하게도 요즈음에 읽은 책들의 대부분이 집착과 광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었다.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퍼시 강프의 [머스크]처럼 물건일 수도 있다.

과도한 사랑.

그래서 이르는 슬픈 진실. 허무함. 정체성에 대한 의문.

추운 이 계절, 더욱 마음이 시려지게 하는 단어들이다.

나이를 먹으면 마음속으로부터 진실로 한 가지씩 내려놓아야 할 터인데 실제로는 그러질 못하고 집착만이 더해가는 듯하다.

마음속에 쌓이는 굳은살. 그것은 세월이 더해감에 따라 단단한 바위가 되어간다.




[그는 오래 살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인생을 손상시키지 않고 변질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에 더 노력을 기울였다.] (9쪽)

 

69세의 독신 남. 엠프. 그는 프랑스 정보부에서 25년 동안 대간첩으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은퇴하고 우아하고도 여유로운, 한마디로 멋진 노년을 보내고 있다.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생활로 그는 그 나이에도 유부녀와의 밀회를 즐기며, 하루하루가 자기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다른 냄새가 난다는 애인의 한마디가 그의 전 생애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냄새가 달라진 이유를 찾던 중 (그의 정보부 활동 경력을 십분 발휘하여) 그 원인이 그가 40년 동안 애용하던 [머스크]라는 향수에 있음을 밝혀낸다.

엠므에게는 자신의 냄새 유지가 삶의 목표가 되고 현재의 유지를 위해 광기라고 볼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저는 평생 그렇게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드러내놓을 수 없는 자신의 스파이 활동을 생각하면서 덧붙였다.) 저는 너무 과시적인 것은 원치 않고 ........... 차라리 작은 흔적 같은 것을 남기고 싶을 뿐입니다. 네, 저의 흔적을......... 오래갈 수 있는, 그렇지만 너무 요란하지 않은 그런 흔적을.] (126쪽)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새해가 되었다.

무수하게 떠오르는 새해 소망, 굳은 각오들.

그 중에서도 엠므처럼 나의 작은 흔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를 나이게 하는 엠므의 머스크는 나에게 무엇일까? 깊게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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