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중간에 그만두거나 바뀌지 않고 계속되어 오고 있는 것이라면 유일하게 책 읽는 습관이 있다.

거창하게 무슨 지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서도 아니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함도 아니다. 그냥 책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이다. 좀 더 심하게 표현한다면 무료함을 때우기 위해서라고 할까. 심심풀이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에게 책 읽기는. 그래서 그것은 단순하게 취미이다.  수십 년을 질리지 않고 계속되어온 취미생활.

재미를 위한 취미 생활인 고로 독서 편식 또한 대단하다. 계속 대하던 작가의 소설류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노희경 작가의 책은 많이 망설이다가 선택한 책이다.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나조차도 이름을 외고 있을 정도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대사들은 유난히 기억에 각인되어 있다.(사실을 밝히자면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드라마는 없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구해서 보고 싶은 드라마는 [거짓말]이다. 쓸쓸하고 힘들었던 30대의 어느 날, 드라마 [거짓말]의 주인공이 밤거리에서 “사랑이 또 찾아온다고 말해 달라고”오열하던 모습이 잊혀 지지 않고 남아 있다.)

노희경 작가 드라마의 독특한 분위기에 한 표. 그리고 노희경이라는 이름에 한 표. 그렇게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선택해서 읽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걸, 목숨처럼 사랑했다는 걸 그녀는 알았을까. 초상을 치르면서는 잠만 잤어도, 지금가지 숱한 날들을, 그녀로 인해 울음 운다는 걸 그녀는 알까.](65쪽)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단순한 심심풀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글에서 어떤 위로를 받고 싶어서 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아니면 너무 부끄럽고 절망스러워 꽁꽁 묶어 저 밑바닥에 묻어 두고 싶었던 나의 상처들을 꺼내어 위로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의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신파스럽게 왜 이러지’ 하면서도 살짝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




[돌을 던지는 자 옆에 서서 돌에 맞은 자를 감싸안는 일, 그것도 영화인과 작가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85쪽)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그 많은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 모두 접어두고 이승에서는 그저 독자로 남으리라. 될 수 있음 좀 더 좋은 독자로 살리라 라고 마음먹은 내게 노희경 작가는 참 고맙다.




[생각이 늙는 걸 경계하라.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은 늙을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생각이 편견인 것을 직시하고, 늘 남의 말에 귀 기울일 것. 자기 생각이 옳다고 하는 순간, 늙고 있음을 알아챌 것.](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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