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없는 사람들
하산 알리 톱타시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황. 나를 둘러싼 많은 여건들보다는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는 때.

스스로 ‘이건 내가 아니야’ 라고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싶어지는 순간.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에 흔적 없이 사라질 수만 있다면 하고 비겁한 바램을 가져 본다.




하산 알리 톱타시의 장편소설 [그림자 없는 사람들]에는 그처럼 원하던 흔적 없는 사라짐이 주된 줄거리를 끌어간다. 마을의 이발사 즐근 누리는 어느 날 저녁 아내에게 “내 영혼이 오그라든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고, 2년 뒤 어느 날 비둘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처녀 귀베르진도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한적하고 평화롭던 소도시의 읍장은 갑자기 마을을 떠도는 괴기스러운 병 (흔적 없는 사라짐) 때문에 고통 받다가 결국은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읍장 본인도 사라지게 된다.

귀베르진을 유괴한 혐의를 받고 고문을 당하다가 정신이 이상해진 마을의 청년 젠네트의 아들도 다른 의미의 사라짐이라고 볼 수 있다.




[저는 단지 어떤 단어가 떠올랐다거나 단어를 가슴 깊은 데서 끄집어냈다는 이유만으로 곧장 자리에 앉아 글쓰기를 시작하지는 못합니다.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말을 우선 이성 앞에 내놓고 지금까지 쓴 것, 구상 중인 텍스트의 정신, 그 텍스트의 과거, 현재, 미래의 정신과 조화시켜야 하니까요. 간단히 말해 저에게 언어는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만들어내는 그 무엇입니다.](292쪽)




터키 작가 하산 알리 톱타시의 소설 [그림자 없는 사람들]은 쉽게 읽기에는 다소 버거운 책이었다. 읍장의 시선인가 하면 이발사의 시선이고  또 다른 나의 시선이기도 하다.

장소와 시기 또한 종잡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그의 소설을 읽어가다 보면 느껴지는 내면의 울림.

나이를 먹으면서 잊고 지냈던 근원의 물음들...........

나의 내면을 스스로 깊숙이 들여다보게 한다.

나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면서

어떻게 나이를 먹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길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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