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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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운명적인 순간이라는 것이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자유 의지와는 상관없는 결정적인 어떤 힘. 그것은 꼭 광폭한 소용돌이처럼 대단하게 자신을 휘몰아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스르륵 와서 조용히 내 삶을 뒤바꿔 놓곤 한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뒤돌아보면 ‘아 그때가 바로 운명적인 순간 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시간이 있다.

순간순간 선택해야만 하는 삶 속에서 기회는 섬광처럼 짧은 찰나에 지나간다.

되돌리고 싶은 회한의 순간들이 왜 없겠는가? 그 시기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간절히 원해보지만 그것은 허황된 바램일 뿐인 것을.




그러한 바램에 대리만족을 주는 책이 바로 기욤 뮈소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이다.

주인공 에단은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적인 순간에 대체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의 무의식이 그를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것을 열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가판대의 주인이 켜놓은 라디오에서 들리는 <지금 하거나 영원히 하지 않거나>를 듣는 순간 그는 미래를 위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지금까지의 일, 생활, 단 하나뿐인 친구 지미, 그리고 이달 말에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약혼녀까지. 그리고 그는 홀연히 사라진다. 단 한마디의 해명이나 사죄의 말도 없이.




[우리는 언제나 시간이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날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늦습니다.](45쪽)




내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운명적인 순간을 주인공 에단처럼 예민하게 알아챌 수 있다면 그래서 내가 그 순간에 충실하게 대처했다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내 삶에 만족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내 자신의 만족도는 잘 모르겠지만 내 주위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는 좀 더 나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늘 부족하고 모자라기만 해서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혹시 아십니까? 죽음은 오래전부터 당신에게 일어난 여러 가지 일중 가장 멋진 일인지도 모른다는 걸 말입니다.”] (168쪽)




기욤 뮈소의 책은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대단한 흡입력을 지닌다. 책을 읽는 동안은 다른 어떠한 생각도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고 오로지 책에만 몰두하게 하는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불 꺼진 조용한 공간에서 마치 나 혼자만을 위해 마련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은 총 천연색의 사랑이야기로 가득 찬다.




[저에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평정을 주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고

그 둘을 구별해낼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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