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의 과부 2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만만치 않은 두께. 조금 특이한 제목. 잠 안 오는 긴긴 겨울밤을 함께 보내기에는 참 좋은 소설이다. 존 어빙의 [일년동안의 과부].

존 어빙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나지만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찬사가 그의 이름 앞에 당당히 자리 잡은 것은 조금도 과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탁월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그의 입담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아니라면 이야기는 그저 그런 외설적이고 통속적인 소설로만 보였을 테니까.




[일년동안의 과부]는 소설 속의 여러 주인공들이 교차적으로 화자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하다면 중요하달 수 있는 메리언은 본인 자신은 화자로 등장하지 않고 다른 인물들의 상상과 나중에 작가가 되어 그녀의 소설로만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캐릭터가 [일년동안의 과부]를 이끌어 가는 원천이다. 그녀의 삶, 그녀의 고통, 그리고 그녀의 부재가 다른 주인공들의 삶의 방향을 이끄는 등대로 설정되어 있다.




[해나가 틀렸다는 걸 에디는 알았다. 시간이 멈추는 순간들은 있게 마련이니까.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지만.](2권 381쪽)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자신이 의식하고 있든 아님 의식하지 못하고 있든, 시간이 멈춰선 어느 한 순간에 의지해 일생을 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순간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나를 움직이고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존 어빙의 [일년동안의 과부]




[“너와 ‘진짜’인 것과 ‘꾸며낸’ 것.” 해나가 말했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주제구나........”](1권 415쪽)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작가이다.

못 말리는 바람둥이로 묘사되어 있는 테드는 성공한 동화작가이고 그의 딸 루시 역시 나중에 작가로 성공한다. 모두의 곁에서 홀연히 사라진 뒤 소식이 없는 루시의 엄마 메리언도 캐나다에서 필명으로 작가로 활동한다. 그리고 열여섯의 나이에 서른아홉의 메리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평생을 그 사랑에 의지해 살아가는 에디 역시 나중에 작가가 된다.

그러나 그들이 쓰는 소설 혹은 동화는 모두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이 자신을 ‘진짜’와 ‘꾸며낸 것’으로 그려낼 뿐.




[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에 빠졌다고 상상하는 것을 어찌 구분할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랑에 빠지는 것도 상상의 행위가 아니던가.](2권 263쪽)




[열여섯 살 소년 에디는 메리언의 슬픔과 사랑에 빠졌던 것이니, 그 슬픔이야말로 어쩌면 아름다움보다 영원한 것인지 몰랐다.](2권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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