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평범한 시민의 입장인 나는 의료분쟁이나 의료사고를 대하면 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했었다.

괜한 자격지심, 피해의식이라고나 할까.

현역 의사로 근무하면서 작가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가이도 다케루의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은 의료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의 입장에서 쓰인 현장 고발성이 강한 의료 소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속에서는 우리가 강자로 인식하고 있는 의사가 또 다른 정치놀음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의료현실이 우리와는 다른 일본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실제 있었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온 듯한 소설 속의 에피소드는 평소 아무 근거 없이 삐딱한 시선을 유지해왔던 나를 반성하게 했다.




30여년을 의사로서만 살아온 작가가 어찌 글을 이리 잘 쓸 수 있는지. 작가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은 문체, 구성, 줄거리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하다는 찬사를 주고 싶다.

이미 명성이 자자했던 작가의 전작들도 읽어야 할 책들 목록에 추가해 본다.




얼음마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네자키 리에는 인공수정 전문의로서 명문 의과대학인 데이카 대학에서 발생학 강의를 하며 아르바이트로 일주일에 두 번 마리아클리닉에서 비상근 의사로 진료를 보고 있다.

대학병원 월급쟁이 의사의 박봉으로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묵인되어 왔던 이 아르바이트 행위가 대학이 독립 행정 법인화되면서 금지되고, 그 부작용으로 지역 의료 체제도 붕괴되기 시작한다. 의사의 부족으로 지역의 산부인과 의원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그 결과는 당연 일반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그 밖에도 인공수정, 대리모 문제, 낙태, 기형아 출산, 미혼모 문제, 저출산 해결 방안 등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들을 작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하며, 문제를 꼬집어 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나아가 해결 방안까지 제시한다.




소설 속에서나 소설 밖에서나 인공수정의 문제는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의 한계를 모호하게 한다는 일종의 경각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휘파람새와 두견새의 일화에서 보여주듯 누가 진짜 부모인가 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너무 급진적인 의학의 발달이 과연 인간에게 행복만을 주는 것일까?

씁쓰레한 여운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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