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깊은 밤, 문득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기 힘들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이러저러한 공상을 즐기다가 지나가버린 과거의 어느 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저질렀던 잘못들이 떠올라 회한에 휩싸이게 되곤 한다.

그 대상이 어린 아들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순간이다.

그토록 지나치게 엄격히 굴지 말았어야 했는데, 상처받은 아이를 좀 더 따뜻하게 감싸줬어야 했는데, 바로 그 순간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줬어야 했는데................

짧은 한마디, 잠깐의 포옹에 왜 그리 인색했을까?




다른 모든 인연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경이롭게만 느껴진다.

삶의 가장 큰 선물이고 축복이다. 내 아이.

과거의 어느 한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둠 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꼭 말해 줘야지.

“엄마가 있잖아, 엄마를 믿어”라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도키오]는 미래의 아들이 과거의 아버지를 만나 그에게 내 방식으로 말한다면 “엄마가 있잖아, 엄마를 믿어”를 들려준다는 이야기이다.

작가의 탁월한 입담과 추리 소설 기법이 가미되어,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책을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도키오]




23살의 아버지 다쿠미는 어느날 자신이 친부모에게 버려져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를 탓하며 불성실한 젊은 날을 보내고 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려는 마음도 없고, 오로지 한탕주의만을 꿈꾸는 한심한 청년이다.

그러한 그에게 미래의 아들 도키오가 나타난다.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 다쿠미를 다독이며 과거에 대한 오해로 응어리져 있는 마음을 도키오는 엉켜 있는 매듭을 풀듯 풀어 나간다.




[“다쿠미 씨랑 같이 있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나는 행복했어요. 아니, 이 세상에서 만나기 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지금 다쿠미 씨와 만나기 전에도 나는 충분히 행복했어요.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걸요.”](451쪽)

부모로서 자식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걸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본 여행을 하게 된다면 꼭 아사쿠사 놀이공원에 가보고 싶다.

그곳에서 과거의 아버지와 미래의 아들이 만나는 장면을 되새겨 보며 다시 한번 부모와 자식의 인연에 대해 정리해 보고 싶어진다.

다행이 아사쿠사 놀이공원은 도키오가 걸린 병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처럼 작가의 창작물이 아닌 실재하는 놀이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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