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 2008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주영선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집단 이기주의, 왕따, 배타주의.......

주영선 작가의 [아웃]을 읽고 막연하게 떠오르는 단어들. 하지만 나열한 단어 중 어느 하나도 [아웃]을 정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한다.

시골하면 떠오르는 정다운 이미지, 포근함, 순박함, 그리고 약간은 어눌한 듯 보이는 해학.

주영선 작가가 풀어내는 농촌 사회에서는 어림도 없는 단어들이다.




몇 년 전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방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완전한 농촌 마을은 아니고 논과 밭 사이에 어울리지 않게 들어선 아파트에서였다. 주로 30대 초중반의 직장 생활을 하는 가정이 많이 입주해 있었는데 농촌 지역에서 그들의 상대적 우월감은 정말 대단 하다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해서 한동안 많이 어리둥절했었다.

젊은 새댁들의 그악스러움, 도를 지나친 뻔뻔스러움, 주체에 따라서 뒤바뀌는 잣대.

남한테 요구할 때는 사람이 사는 세상의 인정이 그러한 것이고, 자신이 베풀어야 할 때는 요즘 세상에 라는 문구를 얼굴 색 안 바뀌고 들이미는 이중성.

그리고 그들은 요리조리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사람을 이용하려는 데는 모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 이런 것을 알려주는 학교가 있어서 집단으로 배우러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라는 속담은 이제 도시가 아니라 시골에 적용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절감했었다.




내가 경험했던 그 이질감의 정체를 주영선 작가는 차분하게 조근 조근 풀어나간다.

30대의 나이가 60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작중 화자인 나는 무의촌 보건진료소장이라는 공무원 신분으로 위현 마을에 근무한다.

그 마을에는 서로 반목하여 원수지간인 박도옥과 장달자라는 할머니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항상 원수지간으로 지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화합하기도 하고 반목하기도 한다. 마을의 대표적 상징인 인물로 표현된 만큼 다른 마을 사람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보건진료소장인 나를 이용해 서로 우위와 금전적인 이득을 보려고 애를 써 보지만 내가 호락호락하지 않자 그들은 태도를 바꿔 나를 위현 마을에서 몰아내고자 작당을 하게 된다.




깡촌 이라고 했던가. 배우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그들이 생존하기 위하여 취한 것은 대도시 사람들의 장점을 쏘옥 빼낸 권모술수, 극악한 이기심, 그리고 도를 지나친 뻔뻔스러움  뿐이었다.




언젠가 한적한 시골을 여행하다가 갑자기 소변이 보고 싶어졌다.

논과 밭 사이에 드문드문 집들이 들어서 있는 그 동네에 공중 화장실이 있을 리가 없어 대문이 열려 있는 농가로 들어서 양해를 구했었다.

마침 마루에서 산만큼 쌓여 있는 고추를 다듬고 있던 할머니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볼일을 보고 감사하는 마음에 고추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할머니는 친히 비닐봉지에 고추를 한가득 담아 주시는 것이 아닌가.

아 이것이 우리네 농촌의 푸근한 인심이구나. 감동했었다.

소설 속의 박도옥이나 장달자 할머니도 내가 만났던 그 할머니와 같을 것이다.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도시의 어리보기에게는 관대하기도 하고 가끔은 선심도 쓸 것이다.

슬픈 현실의 정면보기가 아닐까 싶다. 주영선 작가의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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